단기적 수익 창출에 집중할 경우 경영 안정성 무너질 수도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요구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면서 국내에 잘 알려졌다.
엘리엇은 대표적인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로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폴 싱어가 1977년 창립한 헤지펀드다. 사명인 엘리엇은 싱어 회장의 가운데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엘리엇은 4일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3곳에 10억달러(약 1조560억원) 이상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이 각 계열사의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재무상태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지, 자본수익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더 상세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투자자 등이 요구을 통 크게 받아들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부자→현대모비스→현대차 등 각사'로 단순화된다.
그러나 엘리엇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각 회사와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개편안이 정 회장 가족의 이익을 극대화시킨다는 우려를 염두한 요구다.
문제는 엘리엇이 주주가치라는 명목으로 언제라도 무리한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 합병과 같이 경영활동에 깊숙이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은 과거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에 문제를 제기하며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외국계 주주들을 설득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삼성과 대립각을 펼쳤다.
엘리엇의 도발은 법원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며 수포로 돌아갔지만 삼성은 곤욕을 치뤄야 했다. 당시 삼성물산 상사부문을 이끌었던 김신 사장은 "사실상 경영활동이 거의 마비됐다. (엘리엇의 공세) 당하니까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엘리엇의 요구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엘리엇이 주주 친화정책, 소액주주의 권익 보장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삼성물산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 역시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 들여 외국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자리에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을 선임하면서 경영 안정화를 얻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순 없다. 헤지펀드 특성상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 단기적 수익 창출로 흘려갈 경우 경영 안정성은 무너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요구도 결국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조치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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