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중재산업, 한국이 싱가포르에 뒤질 이유 없다

입력 2018-04-04 17:19  

국내에서 국제중재를 전담하는 KCAB인터내셔널이 공식 출범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국제중재 기능을 떼어낸 것이다. 신희택 KCAB인터내셔널 의장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국제중재산업은 생존할 수 있느냐를 놓고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허브로 도약하지 못하면 국제중재시장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의 표현이다.

중재는 사법부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계약서에 기초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데다 비공개로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제중재는 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매년 중재건수가 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6년 국내에서 이뤄진 국제중재의 건당 규모는 34억원이나 됐다. 파급력도 크다. 기업뿐 아니라 변호인 증인 감정인 통역 속기인까지 한자리에 모여야 해서 여행 등 서비스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국이 국제중재산업의 허브가 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이유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선두주자다. 싱가포르는 2009년에 정부 주도로 ‘원스톱 해결’을 내걸고 맥스웰체임버스센터라는 종합중재기관을 세웠다. 싱가포르가 맡은 국제중재는 2010년 이전엔 100건 미만이었지만 2016년엔 400건으로 늘었다. 반면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는 2014년 87건, 2015년 74건, 2016년 62건으로 뒷걸음쳤다.

한국이 국제중재 분야에서 싱가포르보다 못 할 이유는 없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인프라는 오히려 더 낫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국제중재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중재서비스 제공 인력의 전문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영어문화권이 아니고, 국제중재를 산업으로 보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정부가 물적 시설과 중재인 양성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의 관심을 업고 KCAB인터내셔널이 세계적인 국제중재기구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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