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MBK-골프존, 골프장 인수 출발부터 '삐걱'

입력 2018-04-04 18:23   수정 2018-04-05 06:55

모아건설, 진천 아트밸리CC 회원권 지분 25% 넘게 사들여 돌출 변수로

대중제 골프장 전환 '난항'
더 높은 인수가 요구할 수도



[ 이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4일 오후 2시35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골프존카운티와 함께 2조원의 자금을 동원해 추진 중인 국내 골프장 인수 작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첫 번째 타깃인 충북 진천 아트밸리CC(사진) 인수 여부가 시장에서 회원권을 조금씩 사 모은 모아건설의 등장으로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광주·전남 지역 건설사인 모아건설의 진천 아트밸리CC 회원권 지분율이 최근 25%를 넘어섰다. 모아건설은 이 골프장이 매물로 나온 뒤 거래소에서 조금씩 회원권을 사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인수 후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요 주주가 된 모아건설이 거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제에 비해 연간 수십억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고, 이용객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중제 골프장 전환은 회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모아건설이 대중제 전환 저지선 턱밑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린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진천 아트밸리CC는 회원 900여 명이 낸 1100억원의 입회금으로 운영되는 골프장이다. 창업주가 갑자기 사망한 뒤 경영난에 빠지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회원 입회금 중 절반인 550억원은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50억원은 2024년까지 회사에 자금을 묶어두는 방식으로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이후 이해관계자 간 조정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 절차를 통한 공개매각을 하지 못하고, 일부 회원 주도로 주주협의회가 꾸려져 독자적인 회사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MBK는 지난해 골프존카운티에 5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가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해 국내 골프장 20~30곳 인수에 나서고 있다. 금융회사 차입금을 포함하면 인수자금 여력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천 아트밸리CC 주주협의회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회원권 가격의 약 70%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골프장을 MBK에 넘기기로 했다. 회원권 가치가 약 1100억원임을 고려할 때 800억원 규모의 거래다. 이미 122억원을 냈고, 나머지 회원권을 사들이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모아건설의 등장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회원들이 회원권 가격의 70%보다 더 높은 인수가를 원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모아건설이 아트밸리CC 인수에 더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K가 회원권 인수 가격을 높이지 않을 경우 인수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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