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前 삼성 공격 때처럼 '기습작전'… 요구조건 먼저 제시 안해 '공포' 키워

입력 2018-04-04 19:06   수정 2018-04-05 05:18

현대차에 끼어든 엘리엇

더 치밀해진 엘리엇



[ 좌동욱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지니먼트는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삼성을 공격하면서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무리한 사업 재편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삼성을 압박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시장에 주식을 되팔아 이익을 얻는 전형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모습이었다.


엘리엇은 기업 공격에 나서기 전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치밀한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수개월 전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은밀히 매입했다. 삼성이 합병을 발표한 뒤 2주일 후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했다고 전격 발표해 삼성의 허를 찔렀다.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소송, 주주명부 및 이사회 회의록 열람 청구,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 등 소송도 잇따라 제기했다.

2016년 10월 2차 공격은 1차 때와 또 달랐다. 삼성전자 지분 0.62%를 매입한 뒤 삼성에 네 가지 요구 조건을 내놓으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해서는 “창업주 가족의 지배 지분을 유지하는 동시에 투명한 기업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당시 엘리엇이 내건 조건은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30조원 특별 현금배당 △삼성전자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글로벌 경력을 갖춘 사외이사 세 명 추가 등 네 가지다.

첫 번째 요구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마무리를 위해 시장에서 거론되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었다. 1차와 달리 소송 등 법적인 조치도 전혀 없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소장이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엘리엇의 공격 전략을 두고 “진화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도 삼성 때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차례 삼성 공격으로 엘리엇이 얻은 투자 차익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분 0.62%만 그대로 보유했다고 가정해도 1년6개월여간 평가차익이 5000억원에 달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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