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검찰의 매서운 채용비리 수사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사팀장에 이어 임원이 구속되면서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연루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사면초가에 몰린 모습이다. 그룹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윤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신입행원 채용에 관한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KB금융지주 인사 부문 상무 권 모씨(52)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씨는 국민은행 인사부장이던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과정에 개입해 고의로 남녀 채용비율 기준을 조작, 서류평가 단계에서 110명의 남성 지원자를 더 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환승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권 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6일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 모씨(45)도 채용비리 관련 증거인멸 우려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번에 구속된 권 씨는 오 씨의 직속상사다. 검찰은 인사부장이던 권 씨가 '윗선'의 지시에 따라 오 씨와 함께 채용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강도가 거세지면서 KB금융그룹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윤종규 회장이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된 탓에 검찰 수사 칼 끝이 윗선, 즉 윤종규 회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어서다.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작년 12월 채용비리 3건이 적발됐는데 이 중 윤 회장의 종손녀(친누나의 손녀)가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채용비리 관련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 중이다.
윤종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룹 내부를 넘어 정치권으로 불거지고 있다.
전날 정의당 심상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한정애·권미혁·송옥주·정춘숙·제윤경 의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함께 국민은행, 하나은행의 성차별 채용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은행권 남녀차별 채용비리는 여성들에게 좌절감을, 남성들에게는모욕감을 주는 행위"라며 "성차별 채용이 드러난 국민·하나은행의 수장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국민에 사죄하고 물러나라"고 쓴소리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는 채용비리, 셀프연임 등을 비판하며 윤 회장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채용비리와 사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조합원 87%가 윤 회장의 사퇴를 바란다는 의견을 발표, 윤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작년 10월부터 6개월간 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컨테이너 점거 농성을 이어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채용비리에 다시 칼을 빼 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회동을 갖고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금융권의 여성 차별 채용 비리에 대한 실태조사와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윤종규 회장은 채용과정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은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채용비리)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면서 입장을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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