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방화, 단열, 알루미늄… 자동문 신제품 2년에 1개꼴로 출시

입력 2018-04-05 15:54   수정 2018-04-05 16:01

강용재 - 태성자동문 사장


[ 김낙훈 기자 ]
신제품 개발 능력, 그리고 제품의 성공 여부와 학력은 큰 관계가 없다. 기름 냄새 나는 공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 개발에 나서는 중소기업인이 많다. 이들에겐 생산현장이 ‘창업대학’이요, ‘연구개발(R&D)’ 기지다. ‘구로동 발명왕’ 강성길 거산정밀 사장(59)과 2년에 하나꼴로 자동문 신제품을 개발해온 강용재 태성자동문 사장(55)을 만나봤다.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강용재 태성자동문 사장(55)은 창업 후 15년을 그런 식으로 보내왔다. “자동문 하나에 얼마나 많은 기술이 들어가는지 아십니까.” 그는 기자와 만나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다. 자동문은 빌딩현관이나 상가입구, 아파트 1층 현관, 병원 등에 설치된 문이다. “만약 영하 15도의 한겨울에 자동문이 고장나 열려 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동문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모터 컨트롤러 트랜스포머 레일 벨트 풀리 등이다. 이들 부품은 대개 자동문 위쪽에 장착돼 있다. 이들이 톱니바퀴 물리듯 움직여야 한다. 이들 부품 중 하나만 고장나도 혹한기나 혹서기에 자동문이 열린 채로 지내야 한다.

강 사장은 “우리는 이들 부품을 직접 설계해 외부 협력업체에서 주문 생산한다”며 “그 뒤 본사에서 조립과 시운전해보고 이상이 없으면 공급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이후 매출이 감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작년에는 약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제품 개발, 거래처에서 얻은 신뢰 덕분이다.

충남 공주 출신의 강 사장은 자동문업체에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창업했다. 그는 “직장생활만으로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판단해 내 사업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2003년 서울 대림동에서 직원 3명을 두고 창업했다. 그 전 직장에선 주로 영업과 관리를 담당했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가장 큰 난제였다. “기술을 보유한 직원과 더불어 며칠씩 밤을 새우는 것은 다반사였죠.” 강 사장은 “스스로 기술을 배워야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모터 컨트롤러 등 핵심 부품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2010년 에너지 절감과 소음 차단이 뛰어난 기밀성자동문 출시를 시작으로 2012년 방화자동문, 2013년 알루미늄프레임 자동문, 2017년 단열자동문을 개발하는 등 평균 2년에 한 개꼴로 신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방화자동문은 특수유리에 화학약품을 가미한 뒤 열처리한 제품이다. 화재와 연기로부터 보호되는 문이다. 기밀성 자동문은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폐해 내부 엘리베이터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강 사장은 “인천 송도나 부산 해운대는 바닷바람이 강해 기밀성 자동문을 설치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인증 및 Q마크, CE, TUV 등의 인증을 받았다. 강 사장은 “기밀성자동문은 미국창호협회(NFRC) 인증규격을 충족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처와 믿음이 쌓이니 기존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소개해줬다. 전국 대리점망을 이용해 사후서비스(AS)에 나서고 있다. 제품은 전국 대리점 300여 곳을 통해 공급한다. 일부 자동문은 특수유리를 사용해 완제품으로 제작해 시공까지 마무리한다.

강 사장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아파트 ‘중문(中門)’이다. 가정 내 현관과 거실 사이에 있는 문이다. 방음과 방풍기능이 있어 점차 수요가 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 사장은 “그동안 중국과 베트남을 시작으로 터키, 브라질 등 해외시장에 자동문을 수출했는데 아직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앞으로 해외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다양한 시장 개척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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