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업황 전망
올해 초 상승세를 타던 은행주가 금리인상 속도 논쟁과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지난달부터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가가 급하게 올라가면 급하게 내려오는 만큼 지금은 은행주가 잠시 쉬어가는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금리인상 주기 관점에서 선순환이 나타나는 현 국면에 굳이 금리인상 후유증을 걱정하면서까지 은행주에 심각한 우려를 갖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은행주 봄바람 기대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던 금리인상 속도 논쟁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미국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국내 기준금리보다 높아졌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미국을 제외하면 금리 인상 주기에 올라탄 나라는 많지 않다.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 채권시장을 살펴보면 금리 인상 주기가 나라마다 두세 번 있었다. 아주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에서 은행주가 좋은 흐름을 보였다.
현재 금리인상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역시 시장과 은행주 둘 다 강세다. 비록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하진 않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국가들도 은행주가 동반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유럽도 기준금리는 제로금리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주가 반등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상한 뒤 올해 세 차례의 추가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이미 한 차례(0.25%포인트) 올렸으니 모두 1%포인트 금리가 상승하는 셈이다. 국내 금융권에선 여전히 금리인상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가계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금리인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인 듯하다. 이자 부담이 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될 것이고 자영업 비중이 많은 구조적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리를 빠르게 올릴 때 나타날 후유증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반대로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좋고 튼튼하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주에 커다란 악재로 볼 사안은 아니다.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북한 미사일 위협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다소 완화되면서 한반도가 해빙 분위기로 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 시장의 할인율이 점차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분기 실적도 안정적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 증권업계에선 주요 은행이 올해 1분기 전반적으로 탄탄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효과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나쁘지 않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는 각 사의 명예퇴직 실시에 이은 인건비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특별한 신용 사건도 발생하지 않아 대손율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작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실적이 부진한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분기엔 KB금융과 신한지주,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은 일회성 이익을 많이 거뒀다. 자산매각이나 충당금 환입, 환율 효과 등으로 인한 이들 은행의 일회성 이익은 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선 굵직한 일회성 이익발생 기대감이 크지 않다. 기초체력(펀더멘털) 요인만 양호할 뿐이다. 역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올 상반기엔 시중은행보다는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이자수익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여부가 회사 실적의 크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주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주의 평균 PBR(주당순자산가치·주가/주당 순자산)은 0.63배 수준이다.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0% 중반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은행주와 ROE를 비교해도 한국 은행주 주가는 싼 편이다. 국가 신용도는 우월하지만 은행주 주가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은행주가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상승한다면 은행주도 한 축을 형성할 수 있다.
한정태 <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실장 jtkhan@hanaf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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