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살 칸 칸 아카데미 창업자 겸 CEO

입력 2018-04-05 16:18  

잘나가던 헤지펀드 애널리스트 28세 청년
동영상 하나 올렸다가 교육 사업 뛰어들어
빌 게이츠·구글도 투자 "세상 바꿀 교육 모델"



[ 추가영 기자 ]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학·석사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뒤 헤지펀드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8세 청년의 진로를 바꾼 건 사소한 사건이었다. 2004년 보스턴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살 칸은 고향인 뉴올리언스에 사는 사촌 동생에게 원격으로 개인 교습을 하기 위해 동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렸다. 이 영상이 뜻밖의 호응을 얻었다. 전화 통화로, 혹은 직접 만나서 설명을 듣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반복해서 시청할 수 있고, 복습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촌과 지인의 요청으로 칸은 2006년부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동영상 강의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분 문제를 풀면서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행렬 문제를 자유자재로 풀면서 마치 쿵후 기술을 익힌 것처럼 스스로가 강해졌다고 느꼈다” 등 긍정적 댓글이 이어졌다. 3년 뒤 칸은 헤지펀드를 떠나 무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칸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테드(TED) 강연을 통해 칸 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계기를 밝히면서 “헤지펀드에서 일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칸 아카데미는 200개국에서 6200만 명이 가입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교육은 보완재”

칸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교육용 동영상 강의는 대부분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 검은 전자 칠판 위에 필기하면서 음성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칸은 “사람의 목소리로만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에 동영상 제작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자 칸이 직접 두세 달 동안 방정식을 가르치는 영상 80~90개를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그 방식이 그대로 굳어졌다. 최근엔 문제 풀이 등 상호작용이 가능한 콘텐츠도 많이 제작되고 있다.

대수학, 미적분학부터 재무, 생물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영상을 올리면서 학습자는 점점 늘었지만 비판도 일었다. 칸이 교육학 학위가 없다거나 비전문 분야도 강의하기 때문에 오류가 있다는 비판이었다.

칸은 “의미 있고 건설적인 비판을 가려내야 한다”며 “이를 반영해 수정·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비판받는 것이 기존 교과서에 비해 온라인 강의가 갖는 장점이라고 봤다.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수정·편집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칸은 “교과서를 새로 찍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하룻밤이면 강의 내용을 고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무료 서비스 제공이 기존 교육 사업을 파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온라인 강의는 전통적인 교육과 경쟁하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게 칸의 생각이다. 칸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의 인터뷰에서 “칸 아카데미가 설립되지 않았더라도 단순히 정보를 주면서 돈을 받는 방식의 비즈니스모델은 사라지고 있었다”며 “교육은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와 마찬가지로 정보재”라고 설명했다. 정보재산업은 초기 원본을 생산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추가적인 생산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이용하면 어떤 지식이든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습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 방식 도입

칸 아카데미가 제공하는 교육은 절대적인 학습 시간보다 개인의 차이를 중시한다. 개인의 학업성취도에 맞춰 진도를 나갈 수 있도록 학습자와 교사에게 데이터를 보여준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에서 주로 사용하는 A/B 테스트(분할-실행 테스트)를 교육 플랫폼에 적용했다. 이용자 중 5% 정도의 소그룹을 선택해 이들에게만 일부 기능을 노출한 뒤 자료 활용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칸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숙달(mastery)이라고 강조한다. 칸이 꼽은 칸 아카데미 투자자들의 강점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칸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멕시코의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등의 강점에 대해 “그들은 여전히 호기심이 강할 뿐 아니라 각종 사안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칸은 학생들이 호기심을 유지하면서 숙달할 때까지 공부하도록 하는 방법을 게임에서 찾았다. 그는 “게임처럼 학업성취도를 게이지(지표)로 보여주고, 각종 지식을 지도처럼 연결해 다음 학습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세대까지 무료로”

칸은 TED 강연에서 “아이작 뉴턴이 미분에 대해 동영상 강의를 올렸다면 내가 지금 강의 영상을 제작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고 농담을 했다. 이것이 그가 밝힌 칸 아카데미 운영 방식의 핵심이다. 그는 다음 세대에도 모든 사람이 무료로 볼 수 있는 교육 동영상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비영리단체 같은 운영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칸 아카데미는 현재까지 기부금만으로 재정적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있다.

게이츠는 자신의 자녀들이 칸의 온라인 영상으로 수학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칸 아카데미에 투자를 결정했다. 칸 아카데미는 2010년 구글이 선정한 ‘세상을 바꿀 다섯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꼽히며 구글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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