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만 아니다. 북·중 접경지역의 물류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보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한과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걱정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을 지렛대 삼아 제재 고삐를 느슨하게 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조금이라도 먹혀든다면 북핵 협상은 시작 전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대화로 나서게 만든 원동력인데, 중국이 ‘제재 뒷문’을 열어놓는다면 북한 비핵화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 핵을 이고 사는 한국으로선 악몽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 요구할 건 요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 처신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일을 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더 이상 중국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그래야만 중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천안함 폭침은 남측 조작극”이라는 북한의 억지주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일 “천안함 침몰은 친미·보수정권이 북·남 관계 갈등을 증폭하기 위해 조작한 특대형 모략 사건”이라며 “남조선은 천안함 침몰 사건을 구실로 동족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 의식을 고취했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는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며 한국과 미국에 책임을 돌리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미국이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고 반박한 것과 비교된다.
물리적 도발에만 대응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억지와 궤변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상대방에게 지키는 침묵은 굴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역사는 그 결과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숱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 또다시 못된 버릇을 발동하는 일이 없도록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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