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마지원 '36억원' 박근혜 1심 유죄…이재용 2심과 달라 '눈길'

입력 2018-04-06 16:22   수정 2018-04-06 16:31

재단·센터 지원은 무죄, 경영권 승계도 불인정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그룹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앞서 일부 유죄가 인정된 최순실씨와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비 등은 뇌물에 해당하지만, 미르·K스포츠 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은 뇌물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재단과 센터에 대한 지원의 경우 제3자 뇌물의 성립 조건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정씨의 승마훈련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마리 구입비 36억여원과 코어스포츠 지원금 36억여원 등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뇌물수수죄 유죄를 인정한 공범 최씨의 1심 선고와 같은 취지의 판단이다. 두 사건은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라고 파악하고, 삼성전자 자금으로 36억원이 넘는 돈을 최순실씨 소유인 코어스포츠 계좌에 송금했다"며 "기업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이 직무관계와 연관있는 대가관계에 따라 거액의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살시도' 등 말 3마리 구입비와 보험비 36억5943만원 전액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는 이 재판부가 앞서 최순실씨 1심 재판에서 내렸던 결론과 같다.

다만 같은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와는 다른 판단이다. 앞서 지난 2월 5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말 3마리 소유권을 삼성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말 구입비가 아닌 산정 불가능한 말 사용료를 뇌물액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말 수송차량 4대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가지는 않았다고 차량 구입비는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대신 차량을 무상으로 사용한 이익만큼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각각 204억원과 16억2천8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법적 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돼야 한다. 법원은 그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승계작업이라는 포괄현안을 이루는 개별현안 자체가 공소사실과 같이 이뤄졌다거나 이를 목표로 개별작업이 추진됐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부정한 청탁의 전제가 되는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삼성에 존재했다고 증명되지 못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설사 현안이 존재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뚜렷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안과 관련해 명시적 청탁은 물론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월 13일 최씨의 1심 선고에서도 재판부는 같은 취지로 재단과 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일반 뇌물수수죄와 달리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만 성립하는 범죄다.

재판부는 다만 삼성의 영재센터 16억원 지원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 모두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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