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 꽃에 함유된 항산화 성분
채소·과일보다 최대 100배 많아
로즈힙, 오렌지보다 비타민C 40배↑
英 세인즈베리, 케이크용 식용꽃 출시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 요리 선보여
[ 김영은 기자 ]
최근 개봉된 영화 ‘리틀 포레스트’(사진)에서는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꽃을 뿌린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온다.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은 시골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음식을 만들며 자급자족한다. 꽃으로 요리하는 장면이 시골에서만 가능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홀푸드마켓은 2018년 음식 트렌드 중 하나로 ‘꽃을 이용한 음식’을 꼽았다. 식용 꽃이 식품 트렌드로 꼽힌 이유는 맛과 건강, 시각적 요소를 다 잡았기 때문이다. 고급 요리에 종종 쓰이던 식용 꽃이 앞으로 가공식품에도 흔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식용 꽃은 말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꽃이다. 국내에서 식용 꽃이 공식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당시 일부 친환경 농장을 중심으로 한 극소수 농가에서 식용 꽃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꽃에 대한 인식이 관상용에서 식용으로 전환되면서 꽃의 무한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강채린 KOTRA 로스앤젤레스 해외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식품 시장에 채식이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식용 꽃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요식업계에서 식용 꽃의 상품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온 결과 꽃과 허브 향이 어우러진 음료와 스낵의 인기가 정점을 찍게 됐다”며 “미묘한 단맛과 신선한 향이 조합을 이루는 ‘플로럴 향미(floral flavor)’가 식품업계에서 톱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특히 라벤더나 피스타치오 장미 라테, 라벤더 레몬 그래놀라, 라스베리 제라늄 아이스크림 등 꽃 종류와 첨가된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식용 꽃의 활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대형 유통체인 세인즈베리는 브리티시 플라워 위크를 맞아 여름 샐러드, 케이크, 음료 장식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용 꽃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스토랑 노마는 미식 세계에 식용 꽃을 소개한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스코틀랜드에 설립된 식료품 제조업체 엉클로이스커메스티블컨칵션은 스코틀랜드에서 채취한 40종류의 말린 꽃잎과 8종류의 꽃잎 향신료를 판매한다.
이처럼 꽃이 다양하게 활용되는 이유는 꽃의 화려함을 넘어 효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꽃의 다양한 색상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콜라겐 형성을 촉진한다. 또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항산화 활성, 항균 활성, 면역 기능 활성을 높여 강력한 면역 기능을 발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양 들장미 열매인 로즈힙에는 오렌지의 40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함유돼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말 어린이들의 비타민C 공급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식용 꽃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같은 중량의 채소나 과수에 비해 10배에서 100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었다.
한국에서도 꽃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 삼청동 ‘플로라’는 국내 꽃요리 선구자인 조우현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햄이나 고기 대신 형형색색의 꽃을 가득 펼쳐 놓은 ‘꽃 피자’가 유명하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카페 ‘에이트비돌체’에서는 식용 꽃이 들어간 플라워 바바로아와 플라워 에이드를 내놓고 있다. 한식 음식점에서는 ‘꽃 비빔밥’ ‘꽃쌈 샤부샤부’ 같은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 장윤아 농촌진흥청 연구원은 “식용 꽃 시장은 원예산업 전체를 봤을 때는 매우 미미한 시장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원예산업 성장이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는 하나의 틈새시장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한경비즈니스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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