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수지/강영연 기자 ] 삼성증권이 6일 최악의 배당 지급 사고를 냈다. 배당을 입금하면서 주문 실수로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배당금이 아니라 삼성증권 주식이 입고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잘못 입고된 주식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110조원이 넘는다. 뜻밖에 수백억원대 주식을 손에 쥔 일부 직원들이 장중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사고를 인식한 즉시 잘못 나눠준 주식을 회수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삼성증권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크지 않겠지만 이미지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자사 직원들에게만 배당 지급을 실수해 수습이 빠르고 피해 규모가 작았지만, 자칫 증권사 존폐 위기로까지 번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는 지적이다.
“전산시스템 구조적 문제 아니다”
삼성증권은 이날 오전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연말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배당금 대신 주식을 입고했다. 일반 투자자 보유 주식에는 이 같은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3.17%, 보유 주식 수는 283만1620주다. 이들에 지급해야 하는 배당금은 주당 1000원으로 총 28억3000만원가량이지만 대신에 삼성증권 주식 28억3000만 주를 입고했다. 전일 종가인 3만9800원 기준으로 112조7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원’ 대신 ‘주’를 입력하면서 생긴 실수”라며 “전산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주가는 요동쳤다. 갑자기 수십, 수백억원에 달하는 ‘주식 벼락’을 맞은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이 배당금 지급 직후 주식을 내다팔자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오전 10시께는 11.68% 급락한 3만5150원까지 주가가 밀렸다. 삼성증권이 배당금으로 잘못 입고한 주식 중 매도가 체결된 주식 수는 전체 오류 주식의 0.18%인 501만2000주다. 주식을 판 직원은 30~4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장 초반 주가 급락이 전산 실수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증권 주식은 낙폭을 회복했다. 이날 1450원(3.64%) 떨어진 3만835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가 단시간에 급등락하면서 일시적으로 거래를 막는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일곱 번 발동되기도 했다.
금감원 “피해자 구제 차질없이”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가 한 주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규모 주식을 직원들에게 일시적으로라도 나눠줄 수 있었을까.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각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합해 전체 주식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은 없다”며 “이 때문에 발행주식 수가 잠시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주식 매매가 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전산상 ‘유령 주식’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은 전산 실수를 발견한 즉시 잘못 나눠준 주식을 거둬들여 ‘유령 주식’들을 없앴다. 문제는 이미 시장에서 거래된 주식이다. 주식거래는 체결된 지 이틀 뒤에 결제가 마무리된다. 이날 직원들이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내다 판 셈이어서 삼성증권은 그 전까지 주식을 확보해 결제일에 주식을 제공해야 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날 장중 일부 주식을 사들여 물량을 확보했다”며 “모자라는 주식은 시장에서 빌려 거래 체결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증권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기존 삼성증권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급락에 놀라 손절매한 투자자 등 일부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산 실수의 고의성 유무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소송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삼성증권에 요청했다”며 “투자자 피해 구제 등 사고처리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뒤 검사에 착수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산사고로 인한 삼성증권의 피해금액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거래비용, 직원이 주식을 팔았을 때와 살 때 가격이 달라 생기는 손실, 향후 소송비용 등이 삼성증권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나수지/강영연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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