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경 기자 ]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가 흔한 ‘연기돌’이 아니라 ‘배우 김종인’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예고했다. 지난 2일 방영을 시작한 KBS2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이하 ‘우만기’)에서다. 극 중 신계(神界)에서 온 메신저 아토 역을 맡은 카이는 대사 한마디 없이도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2012년 4월 엑소로 데뷔한 카이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2015년 네이버TV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에서였다. 여주인공 연희(문가영) 옆집에 엑소 멤버들이 이사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16부작이어서 웹드라마치고는 꽤 긴 호흡이었다.
이후 카이에게는 주연배우로서 탄탄대로가 열렸다. 2016년에는 6부작 웹드라마 ‘초코뱅크’에 김은행 역으로, 2017년에는 KBS1 일요드라마 ‘안단테’에 이시경 역으로 출연했다. 올해 초에는 일본 WOWOW와 트렌디에서 동시에 방영한 일본 드라마 ‘봄이 왔다’에서 주인공 이지원 역을 맡았다. 웹드라마와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을 번갈아 꿰차며 연기자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첫 지상파 주연작 ‘안단테’는 그에게 ‘연기 성장통’을 안겨준 작품이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방황하는 18세 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카이는 집 안팎에서 좌충우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과 애틋한 로맨스를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해야 했다. 그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호평과 아쉬움으로 갈렸다.
이런 성장통을 겪어서일까. 카이는 ‘우만기’ 첫 방송부터 성숙한 눈빛과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우만기’는 송현철A(김명민)와 송현철B(고창석)의 영혼이 아토의 실수로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판타지와 멜로, 미스터리, 휴머니즘 요소가 섞인 복합 장르여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드라마다. 김명민, 김현주, 라미란 등 특급 연기력을 장착한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이유다. 이형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국가대표급 연기 선수들”이라고 표현했다.
카이는 그중 유일한 아이돌 멤버다. 하지만 이런 ‘연기 선수’들 사이에서도 어색함 없이 어우러졌고, ‘남신(男神)’이라는 판타지 캐릭터를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아토 캐릭터는 인간 세계와는 다른 초월적 세계에서 왔기 때문에 순간이동을 하며 신의 언어를 읽는다. 조금만 서투르게 연기해도 우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카이는 캐릭터에 깊게 몰입했다. 진중한 표정으로 서울의 도로, 빌딩 위, 송현철A와 B가 입원한 병원 등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자신의 실수 때문에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고 가슴아파했다. 그의 옆에 뜬 ‘사망자 신원 오류발생’ ‘사망 예정 12분 전 스탠바이’ 등과 같은 신계의 메시지를 나타내는 컴퓨터그래픽(CG)의 어색함을 줄인 것도 카이의 제스처와 눈빛, 표정이었다.
이형민 감독과 함께 이런 카이의 역량을 일찌감치 알아본 사람이 ‘우만기’를 집필한 백미경 작가다. 그는 “모든 캐스팅은 감독과 의논해서 이뤄지는데 미남에다 남신인 아토 캐릭터에는 카이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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