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배려로 피어나는 인권의 봄

입력 2018-04-08 18:12  

박경서 < 대한적십자사 회장 redpr@redcross.or.kr >


지난달 열린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 설명회에서 또다시 고성이 오갔다는 기사를 보았다. 앞서 작년 9월, 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호소했던 사건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집무실 밖으로 벚꽃이 만개한 남산을 바라보며, 이 따뜻한 봄기운이 모두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희망해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2년. 우리나라는 어느덧 세계 수준에 걸맞은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우리의 인권 수준이 경제 발전과 발맞춰 성장했는지는 미지수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경제·사회적 양극화로 우리 사회에는 많은 소외계층이 생겨났다. 빈곤아동 91만 명, 독거노인 74만 명, 의료소외환자 102만 명…. 여기에 사회적인 편견을 등에 업고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과 외국인 근로자, 북한이탈주민도 있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 따뜻한 봄을 만끽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인권’에서 찾고 싶다. 인권이란 사람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골고루 행복할 수 있는 권리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인권이 개인의 이익과 사회적 편견에 밀려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편견 없이 인권이 보장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한 걸음은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필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와서는 “어린 학생들이 우리더러 사람이 아니라고 하며 웃어요. 이유를 살펴보니, 당신 나라 크레용에 ‘살색’이 있는데 그게 밝은색이어서 까만 우리의 피부색은 ‘사람의 색’이라고 하지 않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후 인권위에서 ‘살색’이라는 이름을 바꿀 것을 권고했고, 2002년 살색은 ‘연주황’으로 바뀌었다. 무심코 사용했던 단어 하나가 누군가의 인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과 작은 관심과 배려로 그들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와 관심으로 서로를 보듬을 때 장애인 특수학교를 둘러싼 갈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공존하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을 앞세우고,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봄을 누릴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듯 사람답게 살 권리 또한 누구에게나 있다. 아름다운 봄날, 우리 사회에 성숙한 인권 의식이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퍼져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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