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강한 컨트롤 샷 적중"
9언더파로 오지현 1타차 제쳐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은 3위
강풍에 2·3R 취소…36홀 승부
[ 최진석 기자 ]
오전은 오지현(22·KB금융그룹), 오후는 김지현(27·한화큐셀)의 무대였다. 지난해 ‘지현 돌풍’의 주역인 두 선수는 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여자오픈(총상금 6억원)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김지현의 역전 우승이었다.
이날 오지현은 버디 9개, 보기 2개로 7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8언더파 136타를 적어낸 오지현은 단독 선두로 홀아웃했다. 오후에 경기를 시작한 다른 선수들이 오지현을 추격하는 모양새가 됐다. 추격자는 김지현이었다. 1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기록한 김지현은 강한 바람 속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수집하며 최종합계 9언더파 135타를 적어냈다. 지난해 생애 첫 우승을 포함해 3승을 기록한 김지현은 올해 국내 첫 대회에서 통산 4승을 수확했다.
김지현은 작년 한국여자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올해 LPGA투어 기아클래식과 ANA인스퍼레이션에 초청받아 출전했지만 커트 통과조차 하지 못했다. 미국 원정에서 돌아와 치른 국내 개막전에서 거뜬하게 우승한 김지현은 “LPGA투어에서 많은 걸 배웠으며 미국에서 좋지 않은 성적이 외려 약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2라운드 36홀 동안 강풍 속에서 보기 1개만 기록하는 안정적인 샷을 보여줬다. 이날 김지현의 그린 적중률은 94%로 18개 그린 중 하나만 놓쳤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28.83m였고, 페어웨이 안착률이 100%였다. 18홀 동안 31차례 퍼팅해 평균 퍼팅 수가 1.72개였다. 김지현은 우승 직후 “2라운드 동안 보기 없이 경기를 해 기분이 좋다”며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팅까지 다 좋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 “바람에 강한 컨트롤 샷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런 장기를 잘 활용했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특히 “욕심을 내려면 캐디가 다잡아서 컨트롤 샷을 하도록 유도해줬다”며 캐디와의 호흡이 우승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내년 하와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권을 얻은 김지현은 “꼭 가보고 싶었던 대회”라며 반겼다. 그는 “국내 투어에 집중할 생각이지만 기회가 오면 LPGA투어 대회를 피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22·대방건설)은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를 적어내며 6언더파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날 17번홀까지 버디 2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기록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며 2타를 줄였지만 김지현을 끌어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정은은 최종합계 7언더파 137타로 단독 3위에 이름을 올린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지현과 오지현은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며 작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지현 돌풍’이 계속 불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회는 4라운드 72홀 경기였다. 하지만 이틀 연속 경기가 열리지 못해 총 2라운드 36홀 경기로 치러졌다. 대회장인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CC에는 지난 6일과 7일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라운드가 취소됐다.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8일에도 초속 5m의 바람이 선수들의 버디 사냥을 방해했다.
KLPGA투어에서 4라운드 대회가 2라운드로 축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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