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상생해 신개념 간편식 내놓은 식품 벤처
“액상형 간편식은 먹기 편리하지만 개발과 유통에 어려운 점이 많아 포기했던 제품이었습니다. 대기업과 기술 협력을 통해 맛과 건강, 편리함도 모두 잡은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식품 벤처기업 인테이크를 운영하는 한녹엽 대표는 지난달 출시한 신제품 ‘밀스 드링크’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테이크와 동원F&B가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한 병으로 하루 필요한 영양소의 3분의 1을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다. 한 대표는 “기존 분말형 제품은 물이 없으면 먹기 힘들다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이를 개선해 국내 최초의 액상형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고 했다.
그는 “액상형 제품은 기술적으로 어려워 대기업과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액상형 제품엔 살균·멸균 작업이 필수적이다. 유통기한도 분말형 제품보다 짧아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산·유통을 관리하기 까다롭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액상형 제품 개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난관에 부딪혔다”며 “대기업이 쌓아온 노하우가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테이크는 물만 타서 먹을 수 있는 분말형 간편식 ‘밀스’로 알려진 기업이다. 밀스는 1병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섬유질,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바쁜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인테이크는 밀스 외에도 300여 종이 넘는 제품을 출시했다. 2013년 설립 이후 한 해 평균 60여 개의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대부분의 제품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시됐다. 밀스 드링크 역시 크라우드펀딩을 거쳐 출시됐다. 한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자기가 원하는 제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이들을 공략해 다양한 제품을 빨리 내놓는 게 인테이크의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테이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조2542억원에 달해 전년대비 30%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대표는 “혼자 사는 사람이 자주 먹는 편의점 도시락, 레토르트 등의 음식은 나트륨이 과다하고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간편하지만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음식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간편식만 먹다보면 ‘먹는 재미’를 잃어버리진 않을까. 한 대표는 간편식은 모든 음식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는 “간편식은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라며 “가장 좋은 식사는 시간을 들여 진짜 음식으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과 출신이다. 대학교 시절 선배의 권유로 창업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 창업가의 길로 들어섰고 2013년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인테이크를 설립했다. 그는 남들과 똑같은 진로를 택하는 것이 싫어 창업했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군 전역 후에도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동기나 선배들 중 50%는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40%가 의학전문대학원, 나머지가 전문직 고시를 준비했었는데 그런 똑같은 진로를 택하기는 싫었습니다. 우연히 창업 동아리에 가입해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면서 창업의 재미에 눈뜨게 됐죠.”
인테이크는 지난해 매출 6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엔 2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앞으로 당분과 칼로리를 줄인 건강형 간식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며 “2020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꾸준히 매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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