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여왕' 한경희는 재기할 수 있을까

입력 2018-04-10 17:05   수정 2018-04-11 06:23

현장에서

스팀다리미 신제품 발표
취재진 대거 몰려 '성황'
여전한 브랜드 파워 과시



[ 문혜정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회의실.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전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같은 건물 5층 회의실에서 진행한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 때보다 카메라가 더 많았다. 주인공은 장관도 연예인도 아니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54·사진)가 신제품 스팀다리미 ‘듀오스팀’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 대표는 물론 장소를 빌려준 중기중앙회 관계자들도 높은 관심에 깜짝 놀랐다.

한 대표는 물걸레 청소기로 2009년 매출이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회사를 키웠지만 이후 실적 악화로 회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사람은 그가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신제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경영은 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익을 내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데 대해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죄인이란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돌아온 한경희에 대한 높은 관심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 지난해 가수 이효리 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회사의 무선물걸레 청소기(‘아쿠아젯’)를 사용해 화제를 모았다. 이씨가 직접 제품을 사서 썼다고 한다. 생활 가전 시장에선 한경희란 브랜드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증거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의 기대심리다. 과거 한 대표는 스타였다. 스팀이 나오는 물걸레 청소기를 직접 개발해 2000년대 ‘대박’을 낸 자수성가형 여성벤처기업인 1세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를 세계적 여성기업인 5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한 대표가 어려움에 처한 뒤 국내 중소·벤처기업계에선 스타 여성기업인의 명맥이 끊겼다. 창업해 성공하고 널리 알려진 여성기업인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가정용 듀오스팀 다리미를 들고 돌아온 한 대표에게 많은 관심이 쏠린 또 다른 이유다. 그는 이 자리에서 “3월 기업회생절차를 빠르게 졸업한 만큼 생활에 꼭 필요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과연 한국판 ‘살림의 여왕’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문혜정 중소기업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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