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기자 ] 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건설회사들이 사전 마케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와 관심고객에게 사전에 하던 사업설명회를 아예 열지 않는 곳도 있다. 청약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정부를 의식해서다.
GS건설은 이달 상일동 124 일원에 들어서는 고덕자이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8구역에 짓는 신길파크자이 등 두 곳의 분양을 앞두고 있다. GS건설은 사전 마케팅 기간을 1개월 정도로 단축했다. 기존에는 2~3개월 전부터 마케팅에 들어갔지만 과열을 우려해 기간을 축소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달 서초동 1336에 짓는 래미안 서초우성1을 분양할 예정이다. 하지만 관심고객이나 VIP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지 않았다.
답답해진 건 수요자들이다. 사전 정보를 들을 기회가 적어지다 보니 건설사에 항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A건설사 분양소장은 “‘로또 분양’이라고 불리던 디에이치 자이의 분양 시기를 전후해 문의전화가 폭주했다”며 “홈페이지 방문자도 꾸준히 있지만 사전에 많은 정보를 줄 수 없다 보니 항의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에는 금융결제원의 청약신청 사이트인 아파트투유 개편이 예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아 분양 시기에 대한 문의가 더 늘었다는 전언이다.
서울에서는 이달 여덟 곳에서 9018가구가 공급되며 이 중 4038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달 분양실적인 1930가구(일반분양 기준)의 두 배 이상, 작년 동월(259가구)에 비해선 약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늘어난 물량만큼이나 관심 있는 예비 청약자도 많다.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비교하면서 또 다른 로또 아파트를 꿈꾸고 있다. 늘어난 물량만큼 차익을 실현할 기회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마케팅 축소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설명회에 많은 중개사를 초청하다 보니 전국에서 몰려들어 투기 수요도 덩달아 유입됐다”며 “관심이 있는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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