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치색 논란 부른 의사협회

입력 2018-04-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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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 이지현 기자 ] “대한의사협회장은 전문가 집단인 의사를 대표하는 자리다. 의료와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겠다.”

지난 2월25일 당시 대한의사협회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최대집 당선인은 서울 용산의 임시 의협회관에서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시위 참여 등의 이력 때문에 의료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던 때다. 그는 의사협회장에 당선된 뒤에도 여러 차례 정치활동 이력과 협회 업무는 별개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9일 그간의 해명을 무색하게 하는 발표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가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집단 휴진 예정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는 내용이다. 의사들은 14일 대표자 회의를 열고 구체적 실행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27일 휴진안이 유력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1년 만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의사들이 재를 뿌리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정치색에 따라 편 가르기 하자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환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급여 항목을 모두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하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모든 병원 진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의료 수요가 급증할 게 불보듯 뻔한데 정부가 이런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게다가 낮은 의료수가를 보전하는 수단이던 비급여 진료가 사라지면 병의원들의 경영 사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중환자 치료, 난도 높은 수술 등에 제대로 수가를 쳐달라고 의료계가 주장해온 배경이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국민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색을 띤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병원 문을 닫으면서까지 한국 의료를 살리려는 심정을 알아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휴진을 강행하면 아무도 의사들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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