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개국서 영상채팅 서비스
언어 달라도 번역 보며 대화
직원 180명중 절반 엔지니어
저개발국서도 끊김없이 통화
중동서 입소문 타고 흥행
창업 첫 해부터 흑자
지난해 매출 623억원 거둬
[ 임현우 기자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흔히 겪는 ‘죽음의 계곡(자금난)’을 걱정하지 않는 회사, 설립 3년 만에 30배 성장한 회사,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리는 회사….
창업자라면 누구나 그려보는 꿈 같은 일을 현실로 이루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이 있다. 30대 청년 안상일·정강식·용현택 씨가 2014년 공동 창업한 하이퍼커넥트다. 대중에겐 아직 낯설지만 국내 스타트업업계에선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회사 중 하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초 ‘2018년 주목할 한국 10대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 회사의 유일한 사업은 영상 메신저 ‘아자르(Azar)’. 스페인어로 ‘우연’을 뜻하는 이름처럼 무작위로 연결된 낯선 사람과 1 대 1 대화를 즐기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다. 19개 언어로 출시돼 230여개국에서 지금까지 1억9000만 건 이상 내려받았다. 설립 첫해 21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94억원, 2016년 363억원, 지난해 623억원으로 뛰었다. 흔하디 흔한 ‘채팅 앱’으로 어떻게 대박을 친 걸까.
아자르는 출시 초반 중동 지역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대면(對面)을 선호하는 문화 때문에 문자나 음성보다 영상통화 수요가 많은 곳이다. 평소 밖에서 얼굴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여성들도 이 앱을 적극 애용했다.
여기에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각국의 10~20대 젊은 층이 몰려들면서 가입자 기반이 급속히 커졌다. 송영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구글이 개발한 음성번역 기능을 적용해 외국어를 몰라도 웬만한 대화에 지장이 없다”며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중동, 터키, 미국, 한국 순”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으론 이례적으로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단순해 보이지만 탄탄한 수익모델을 갖춘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상일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과 재학 시절부터 정보기술(IT) 컨설팅, 검색 알고리즘, 사진 스튜디오 등 다양한 창업을 경험한 이력이 있다. 숱한 실패를 거치며 ‘수익 모델이 없는 서비스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아자르는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특정 성별이나 지역의 사용자만 연결받고 싶으면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도록 했다. 5000원으로 500개를 주는 ‘보석’을 사면 ‘미국에 있는 여성’ ‘터키에 있는 남성’ 식으로 좁힐 수 있다. 2016~2017년 세계 구글스토어에 등록된 비(非)게임 앱 중 매출 9위를 기록했으며, 터키에서는 지난해 전체 유료 앱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아자르에서는 매일 5500만 건 안팎의 영상통화가 이뤄진다. 김정훈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이동통신망이 느린 저개발국에서도 영상이 끊기지 않고 재생되도록 하고,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 연구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하이퍼커넥트는 구글의 오픈소스에 자체 연구를 더해 서버를 거치지 않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웹 실시간 통신(RTC)’ 기술을 모바일 최초로 적용했다. 본사 직원 180명 중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다.
하이퍼커넥트는 올해 아자르를 모바일에 이어 웹,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참신한 유료 아이템도 늘릴 계획이다. 안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를 해외 시장에 추가로 선보이기 위해 모바일 영상 기술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접목한 ‘하이퍼X’라는 신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하이퍼커넥트를 유력한 차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 후보로 꼽는다.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시장에 나가도 잘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깬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성장이 숫자로 입증되는 회사여서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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