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원했던 7.9조원
보상비 등 빚잔치에 쓰여
대규모 감원 없인 또 위기"
[ 박상용 기자 ]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졸업 9개월 만에 또다시 고강도 구조조정을 앞둔 STX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해서는 몸집 줄이기와 인수합병(M&A) 같은 장기적인 비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조선 ‘빅3’업체 중 한 곳의 수주담당 임원은 1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STX조선에 쏟아부은 7조9000억원 중 상당수는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액과 납기 지연에 따른 보상 비용, 회사채 상환 등 ‘빚잔치’에 쓰였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강화에 들어간 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기 비전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은 또다시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직 STX조선 생산담당 임원도 “어떻게 살릴지 청사진은 없는 상태에서 급한 불만 끄는 데 급급해 돈은 돈대로 쓰면서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은 청산이나 M&A를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2009년 384곳에 달했던 중국 조선사는 118곳으로 줄었다. 이달엔 중국 내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의 합병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도 조선업 불황이 닥치기 이전인 2013년 IHI마린과 유니버설조선이 합쳐져 일본 2위 규모인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로 재탄생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한국 조선사의 일감을 빼앗아가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 조선업계 연간 수주량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중국에 뒤처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STX조선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대규모 인원 감축 없이는 경영난이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STX조선을 반드시 회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영호 창원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STX조선 같은 국내 중견 조선사가 국제 시장에서 사라지면 그 자리를 중국 조선사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중국 중견 조선사가 국내 대형 조선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STX조선의 체질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2000여 개에 달했던 조선사를 대거 줄여 경쟁력 있는 업체 60~80곳만 집중 지원하려고 한다”며 “이대로라면 중국이 가격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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