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경찰관' 보험 가입 문턱 높아…보험업계 협조 '미지근'

입력 2018-04-11 09:34  


소방관, 경찰관 등 고위험 직업군의 보험 가입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에 차별을 없애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당국이 보험사들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하반기 시행 예정인 '위험직군 인수 현황' 공시가 고위험 직군의 보험 가입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위험 직업군의 보험가입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관, 경찰관, 군인, 환경미화원 등이 직업 특성상 위험도가 크다는 이유로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거나 가입이 거절되는 등 보험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대책을 고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 고위험 직군의 보험가입 제도를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크게 작용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92.9%와 손해보험사의 약 60%가 가입거부(제한) 직업군을 운영 중이다.

이에 금감원은 먼저 생명·손해보험사에 고위험 직군의 보험 가입에 대한 정교한 심사 기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청약서에 근무년수, 현장·내근직 여부, 취급장비 등 객관화된 항목을 신설해 직무위험을 구체적으로 평가, 활용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이를 적용해 새로운 심사기준을 마련한 보험사는 한군데도 없었다. 심사기준 마련에 강제성이 없을 뿐더러 당국이 보험사의 보험가입 제한, 즉 손해율 관리에 개입할 수 없는 탓이다.

작년 1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계약조건에 관해 보험계약자를 차별할 수 없도록 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생명보험 업계 관계자 A씨는 "보험사는 수익을 좇는 동시에 보험계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손해율을 관리해야 한다"며 "고위험 직군이 위험도가 높은 만큼 손해율 관리를 위해 보험료를 타 직군보다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도 고위험 직업군에 대한 예산 투입에 소극적인데 보험사들부터 나서라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 '위험직군 인수 현황' 공시가 보험사의 문턱을 낮출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 B씨는 "하반기 공시를 앞두고 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위험 직군 심사기준을 손보자는 분위기"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올해 연말께 생명·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와 금감원 홈페이지에 보험회사별 '위험직군 인수 현황, 인수 기준 정보'를 공시할 계획이다.

또 특정 직업군을 거절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가 거절직군 현황, 직업별 보험가입 실적도 정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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