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작물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뒤인 21세기 후반에는 대구·경북에서 키우던 온대성 과일 사과는 수입산, 아열대 과일인 망고·리치는 국내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공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사과·복숭아·포도의 주산지는 경북에서 강원, 충북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과 충남에서 많이 나던 단감과 인삼도 경북 포항과 경기·강원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에 재배한계선이 북으로 이동한 탓이다.
한국은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기온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30년간 한국 평균 기온은 1.22℃ 상승해 세계 평균(0.84℃)을 1.5배 웃돌았다.
1980년에 전국 여러곳에 형성된 사과재배지는 1995년 이후 충남 일부, 충북·경북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다. 최근에는 강원도 정선·영월·양구 등 산간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통계청은 향후 사과 재배 가능지 급감으로 21세기 말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숭아 재배면적도 1990년 이후 경기도·충남에서 빠른 속도로 감소한 반면, 충북·강원도 등지는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속도면 2090년대 이후 영동·전북 산간만 수확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포도도 최근 가평·화성·포천·영월 등 생육기 기온이 비교적 낮은 지역으로 주산지가 이동하면서 2050년대 이후 재배 가능지가 급감할 전망이다. 1980년대 따뜻한 남해안에서 재배됐던 단감은 2000년대 들어 영덕 및 내륙지역까지 재배지가 북상했다.
감귤은 남해안 일대로 재배 한계선이 상승해 꾸준히 재배 가능지가 증가하고 있다.
21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국민대표 과일인 사과, 복숭아 등은 '수입산',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 망고 등 열대 과일은 '국내산'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은 "현 수준의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의 지역이 21세기 후반기에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며 "작물 재배가능지가 북상하며 점차 감귤·단감 등이 증가하고, 사과·복숭아 등의 재배가능지는 급감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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