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비율 오히려 늘어
LGD·SK네트웍스 등도 급증
작년 부진했던 롱쇼트펀드
올해 조정장서 0.82% 수익
[ 최만수 기자 ] 삼성증권 배당 사고 여파로 공매도 폐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주식 대차(대여)잔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차잔액이란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 금융투자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공매도를 노리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공매도를 피해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의 공매도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바이오주 대차잔액 급증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주식 대차잔액은 78조345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초만 해도 60조원대였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G2) 무역전쟁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가 조정받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급증했다. 지난해 상승 랠리를 펼치던 코스피지수가 내림세를 보이자 투자 심리도 함께 꺾인 것이란 분석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대차잔액 증가는 약세장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라며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높거나 최근 주가 상승률이 가팔랐던 종목에 공매도 물량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제약·바이오업종을 주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종의 대차잔액은 올 들어 56.0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차잔액 증가율(24.67%)을 크게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바이오주 업종 평균 PER은 234.01배에 달한다.
공매도를 피해 2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의 공매도도 증가하고 있다. 셀트리온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평균 8.25%였지만 이전 상장 이후 13.70%로 늘었다. 대차잔액도 올해 초 3조7602억원에서 현재 8조2948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내 상장사 중 최대다. 시가총액이 8.5배인 삼성전자의 대차잔액(7조5057억원)보다 많다. 지난달 이후 셀트리온 주가는 15.58% 떨어졌다.
지난달 이후 공매도 거래비율이 10% 이상이면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SK네트웍스, LG디스플레이,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다.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면 추종 매도가 잇따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롱쇼트·헤지펀드 볕 드나
지난해 강세장에서 부진했던 롱쇼트펀드와 헤지펀드는 힘을 내고 있다. 롱쇼트펀드는 올 들어 0.82%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12%의 손실을 낸 국내 주식형펀드를 앞섰다. 이들은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매수(롱·long)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공매도(쇼트·shot)하는 전략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다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약세장이라고 공매도로 수익을 올리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작년 셀트리온, 신라젠 등 바이오주에 공매도 주문을 넣었다가 주가가 급등해 큰 손실을 본 펀드가 많기 때문에 종목을 고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통념과 달리 주식을 빌리는 수수료까지 내가면서 공매도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같은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로 차별화 장세가 뚜렷해져 공매도할 종목을 찾기가 더 까다로워졌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이후 공매도 거래비중이 21.49%에 달했던 GS건설 주가는 이 기간 15.58% 올랐다. GS건설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급등해 공매도 투자자들은 낭패를 봤다. 롯데하이마트, 현대로템, 한섬, 키움증권 등도 같은 기간 공매도 거래비중이 높았지만 주가가 상승했다.
■ 공매도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파는 것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향후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 값에 사들여 갚으면서 차익을 올린다. 반대로 매도 가격보다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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