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가왕(歌王)’ 조용필(사진)이 돌아왔다.
조용필은 올해 데뷔 50년을 맞아 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의 음악 여정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2013년 정규 19집인 ‘헬로(Hello)’ 발매 이후 5년 만의 기자회견이다.
조용필은 이날 “대한민국에 태어나 행복하다. 지난 5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보답할 길이 없었다”며 먼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968년 록그룹 ‘애트킨즈’로 데뷔한 조용필은 1976년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국민가수로 발돋움했다. ‘그 겨울의 찻집’(팝발라드)과 ‘친구여’(포크), ‘단발머리’(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이날 사회를 본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조용필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던 힘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 혁신적인 시도에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내놓은 19집에선 2030세대와 교감하기 위해 ‘팝 록’ 장르의 ‘바운스(Bounce)’와 ‘헬로’를 들고 나왔다. 각종 음원차트와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휩쓸며 세대 간 통합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나이 들더라도 날 기억하려면 그들이 기억할 수 있는 젊은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장르 중에서도 나와 맞는 음악을 찾고 찾아내 결국 ‘바운스’ 같은 곡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빌보드 차트 곡은 물론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같은 국내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코드까지 체크해둔다고 했다.
조용필은 지난 1일과 3일 열린 13년 만의 평양 공연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감기와 후두염 등이 겹쳐) 의료진이 따라갈 정도로 몸상태가 최악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잘되지 않아 자책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음악은 우리와 많이 다르지만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경험을 통해 (그들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용필의 나이는 올해로 68세다. 평소 목 관리 방법에 대해 그는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는 게 중저음이라 중저음 곡만 따로 연습하며 호흡과 배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이후 신곡이 발표되지 않아 새 노래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크다. 조용필은 “작업을 마친 곡은 6~7곡 정도지만 올해 앨범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를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다른 일은 안 되는 성격 때문에 올해 계획한 콘서트 준비로 신곡 작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하지만) 지난 19집과 비슷하게 미디엄 템포부터 빠른 곡들도 있고 영국의 유명 DJ인 앨런 워커와 같은 취향의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가미한 곡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조용필은 데뷔 50주년 기념 전국 투어 ‘땡스 투 유(Thanks to you)’를 연다. 그는 “언젠가 내 노래에 실망하더라도 팬들이 그 실망까지도 좋아해준다면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진심을 담아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투어는 다음달 12일 서울 잠실동 올림픽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대구(5월19일) 광주(6월2일) 의정부(6월9일)로 이어간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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