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 출범 10개월… 취약계층 일자리 12만개 날아갔다

입력 2018-04-11 18:38  

실업률 17년 만에 '최악'

3월 실업률 4.5%… 최저임금發 '고용 쇼크'

정부, 고용대책 '헛발질'… 실업자수 125만명 넘어
최저임금 인상에 도소매업·숙박·음식점 '직격탄'
"식당 종업원 잘리는데 기업 근로자에 예산 집중"



[ 고경봉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4월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첫 일성은 ‘일자리 정부’였다.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골자로 하는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고 집권하자마자 실행할 ‘일자리 100일 플랜’도 내놨다. 취임 직후엔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고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국내 일자리 사정은 악화일로다. 지난달 실업자 수(125만7000명)가 벤처 버블 붕괴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였던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 최대치까지 늘었다. 실업률(4.5%)도 2001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나마 당시에는 세계 주요 국가 모두 취업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주요국 실업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사라진 취약계층 일자리는 12만 개에 달하고, 청년 실업률은 2년 만에 11%대로 높아졌다.

◆고용 한파에 취약계층만 내쳐졌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 쇼크’의 진앙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통계청 분류 16개 업종 중 11개 업종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3월 대비 증가했다. 감소한 업종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업, 교육 서비스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 5개 업종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이들 업종의 감소 규모가 워낙 커 전체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이들 업종은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이른바 ‘사람 장사’ 업종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된 노동 관행이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표적인 취약 업종으로 꼽히는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이 두 개 업종에서만 각각 9만6000명, 2만 명 등 12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근로형태별 취업자 통계에서도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가 뚜렷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임시 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지난 1년간 각각 1.9%, 1.1% 줄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도 0.7%, 4.1%씩 줄었다.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만 2.3% 늘었다.

김강식 항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약계층에 직격탄이 됐다”며 “일련의 노동 정책이 대형 사업장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영세업체 등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지수 잘못 찾는 고용 정책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정부는 잇따라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 한파에 노출된 취약계층 대신 이미 일자리를 꾸준히 창출하는 우량 기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년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산업단지 근로자 교통비 지원’이나 중소기업 재직자 대상의 ‘내일채움공제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식당과 영세 소매업체 근로자들이 잘려 나가는 판인데 고용을 늘린다면서 뜬금없이 산업단지 입주 기업 근로자 교통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며 “이들 기업 역시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준다고 정부 정책에 호응하겠냐”고 반문했다. 최저임금을 보전해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최저임금을 맞춰 주기 힘든 취약 사업장은 외면하고 4대보험 가입 기업만을 지원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근로 시간 단축, 최저임금 추가 인상 등을 앞둔 터라 고용 상황이 쉽사리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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