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상가 달인 서울휘 "고수는 팔릴 물건을 산다"

입력 2018-04-12 07:30  

경제적 자유(9) 배용환 부동산클라우드 대표


배용환 부동산클라우드 대표(닉네임 서울휘)는 10년차 상가 전업 투자자다. 2009년 상가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는 부동산 분야 1위 팟캐스트 ‘부동산 클라우드’로 더 유명하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똑똑한 부동산 투자’의 저자 정지영(필명 아임해피) 씨와 함께 진행한다. 아기곰 등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청취자들을 만났다. 무료로 예비 투자자들에게 양질의 투자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1만5000여명이 구독 중이다. 서울을 휘어잡겠다는 의미의 ‘서울휘’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그를 만나 상가 투자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상가 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빌라와 아파트 투자로 시작했다. 빌라는 청소, 아파트는 인테리어 때문에 임차인과 많은 갈등이 있었다. 주택은 임차인들과의 관계를 신경써야 해서 임대인 입장에서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상가는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고 공실 리스크만 대비할 수 있으면 되겠다 싶더라. 임대료만 잘 세팅하면 매매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주택은 시세를 반영하지만 상가는 들여오는 임차인의 능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니 재미있어보여 시작하게 됐다.”

▶첫 투자 경험은.
“세 명이 공동으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상가를 매입했던 게 첫 상가 투자다. 서울보다는 수도권 신도시 상가가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 파주에서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 시행착오도 겪었다. 공동 투자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거다. 사실 종잣돈이 부족하니 공동투자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권하지 않는다. 책임을 나눈다는 것은 곧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같더라. 자기 명의로 투자한 사람이 결국 모든 책임을 지게 돼 있다. 그땐 그게 나였다.”

▶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가 있다면.
“제약회사 출신인 만큼 주로 병원을 공략했다. 수원에 병원이 들어와있는 상가였다. 건물주가 병원장 아내였는데 경매에 내놓은거다. 1억8600만원에 낙찰 받아 1년 반 정도 보유하다가 3억6800만원에 매각했다.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3억도 못 받을거라고 했는데 6800만원이나 더 받고 판 거다.”

▶ 임대료 시세는 어떻게 파악하나.
“매물 나오는 걸 보고 중개업소에 물어보면 된다. '투자하고 싶다'기보다 '장사하고 싶다'고 다가가는 게 정보를 얻기 훨씬 쉽다. 예를 들어 '학원을 하려고 하는데 임대료가 얼만가?' '확장을 하려는데 병원을 할 만한 자리가 있나?'는 식으로 물어보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 상가 투자의 첫 걸음은 뭔가.
“투자 포인트를 빨리 배우고 싶다면 경매 공부 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투자금이 적은 사람이라면 대출이 80%까지 나오는 경매가 좋다. 대출 80%에 보증금까지 받으면 5000만원으로도 3억대 상가를 매입할 수 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 클라우드'에서 하는 강의도 있고 이외에도 커뮤니티가 많다. 그러나 처음부터 돈을 많이 들여 강의를 들을 필요는 없고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읽고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정보를 습득하는 게 좋다. 그러다가 '아, 할 수 있겠다' 싶을 때 강의를 들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강의를 추천하는 것은 입찰하고 싶을 때 최소한 물어볼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공신력 있고 검증된 사람이면 더 좋지 않겠나.”

▶지금 주목할 만한 상권은.
“1기 신도시 상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상황이어서 정답이 나와있다. 세종시나 마곡지구 같은 경우는 워낙 고분양가여서 처음 접근하기 어렵다. 광교나 판교도 마찬가지다. 지금 공실들이 4~5년 지나면 경매로 나온다.”

▶주변을 보면 신도시 상가 투자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
“상가는 리스크가 공실이다. 주택과 달리 내가 들어가서 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도시 상가가 특히 공실 위험이 높다. 상권이 먼저 들어오고 나서 배후세대가 순차적으로 입주하기 때문이다. 입주가 어느 정도 완료될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핵심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버티기 힘들다. 예전에는 5년 정도만 버티면 됐는데 요즘은 신도시 상권이 올라오는데 7~8년 정도 걸린다. 상가가 많다거나 입주를 안했다거나, 신도시 상가 투자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공실이 많은 지역에서는 어떻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나.
“선점하는 업종들이 들어올 자리를 눈여겨 봐야 한다. 병원, 태권도장, 피아노학원 등 서울에서는 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못하는 포화업종이다. 이런 업종들은 권리금 받고 양도, 양수하고 난리도 아니다. 이 업종이 들어올 자리를 선점하고 임차인을 찾아보면 공격적으로 임차인을 들일 수 있다.”

▶요즘 눈 여겨 보는 임차 업종은.
“현재 가장 공격적인 업종은 '싸움의 고수'라는 1인 쌈밥집이다. 권리금을 높게 주면서 여기저기 들어가고 있어 상가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고 있다. 권리금을 1억 주고 들어간다는 건, 나갈 땐 2억 받겠다는 얘기다. 자신 있는거다. 결국 매출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의 차이다.”

▶알짜 상가를 알아보는 법은.
“상가를 공부하다보면 되는 자리와 안 되는 자리가 명확히 보인다. 그 동네를 모르는 사람도 현장에 가서 중개업소 세군데만 물어보면 하루 만에 파악할 수 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라인이 어딘지, 주요 프랜차이즈가 들어온 곳은 어딘지, A급 동선이 있는 자리는 어딘지에 따라 순위를 매길 수 있다.”

▶투자 전 염두에 두어야 할 게 있나.
“상가투자에도 컨셉트가 있어야 한다. 노후 대비로 길게 가져갈것인지 수익형으로 털고 나갈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후대비로 가져갈거면 1층 상가를 사는 게 가장 좋다. 지상 상가보다 투자금이 높으니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시성, 접근성, 인지성 등이 쌓이면서 임대료 그래프가 완만하게 우상향한다. 수익형이라면 가성비가 좋은 지상층 상가를 추천한다. 10년차부터 지상층 상가의 가치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성이 강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 병원이 대표적이다.”

▶ 상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상가 투자하는 사람들 모두가 처음에는 1층 상가를 사러 간다. 그러나 생각보다 너무 비싼거다. 그러면 2층 상가를 보기 시작한다. 훨씬 싸다. 임대료는 1층보다 낮지만 투자금이 적으니 가성비가 더 좋아진다. 그러나 2층부터는 덩치가 큰게 문제다. 상가분양 하는 사람들은 공동투자를 권한다. 2층 상가에는 병원, 학원 등 부피가 큰 업종이 들어오니 2명이 각자 20평씩, 총 40평을 공동투자하라는 거다. 이러면 리스크는 훨씬 높아진다. 1층 상가 사러간 사람이 2층 상가 공동투자하고 오는거다. 주의해야 한다.”

▶주변 지역도 봐야할 것 같다.
“인근에 상권이 개발될 땅이 없어야 한다. 하남스타필드, 판교현대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이 개발되면 주변 상권에 영향을 준다. 유사 업종은 시장을 뺐기게 돼있다.”

▶ 사야할 상가와 사지 말아야 하는 상가를 구분하는 법은.
“상가 투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투자할 때부터 매각 타이밍을 잡고 들어가야 하는거다. '나는 안팔거야' 하는 생각으로 들어가더라도 팔리는 물건을 사야하는 거다. 팔고 싶을 때, 팔아야 할 때 팔 수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면 상가가 경매에 나왔다. 후면 상가는 투자금이 전면 상가보다 적기 때문에 수익률이 더 좋다. 그래서 수익률만 보고 낙찰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곳은 주로 기존 임차인이 떠나면 임대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팔려고 해도 팔기가 어려워 지는거다. 사기 전에 팔릴까 안팔릴까 부터 고민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 현재 하는 일은.
“전업 투자자는 아니다. 투자를 하면서 관련 컨텐츠를 개발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회사를 운영한다. 회사에서는 강의 플랫폼, 시스템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동산 강사를 육성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동산 강사들을 관리하고 홍보·마케팅을 도와주는 일이다. 부동산 강의 자체가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수요자들에게만 중요한 정보로 강의 단가도 비싸다. 그만큼 수요자들의 열의가 크다는 얘기다.
물론 투자도 한다. 우리나라 경제 베이스에서는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게 맞다. 땅이라는 재원 자체가 한정돼 있어서다. 상가를 주로 하지만 아파트, 토지, 주식 투자도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 투자철학이 있나.
“‘넘버원이 되지 말고 온리원이 되자’이다. 내 인생철학이나 마찬가지다. 투자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 지금은 투자 외에 글도 쓰고 책도 만들고 강의도 하고 있는데 모든 분야에서 넘버원이 되려면 너무 피곤하다. 결국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온리원이다.”

▶ 최종 목표는.
“최고의 컨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주변에 그런걸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고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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