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사태' 로 본 국회 보좌진의 세계

입력 2018-04-12 08:56   수정 2018-04-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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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고속승진이냐, 상식 선의 정상적인 승진이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해당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한 여성인턴이 관례를 뛰어넘어 고속 승진을 했다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자 국회 보좌직원들 사이에서도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모씨는 2012년 6월부터 세 달간, 다시 2015년 1월부터 6개월간 김 의원의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는 인턴 기간 중 9급 비서로 정식 채용됐고, 2016년 2월에 다시 7급으로 승진했습니다. 인턴이 끝난지 8개월 여 만에 7급 비서로 껑충 뛴 셈이죠.

하지만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대다수 보좌진들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19대 국회 때는 8급 비서가 없었기 때문이죠. 즉, 당시 9급에서 7급으로 승진한 것은 두 단계가 아닌 한 단계 승진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인턴에서 9급 혹은 7급으로 곧바로 임용되는 일은 다른 의원실에서도 흔한 일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현재 국회의원 1명당 정책, 입법 등을 돕는 보좌직원은 현재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각 1명씩, 인턴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모두 별정직 공무원 신분입니다. 8급 비서는 지난해 11월 신설됐습니다. 두 명이던 인턴을 한 명으로 줄인 대신 8급 직원을 늘린 것이죠.

여야를 두루 경험한 다른 국회 보좌관은 “인턴이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으면 곧바로 비서로 채용되는 경우는 정말 흔하다”며 “의원이 보좌 인력의 임면 권한을 전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0일 “민주당은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동등한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는 전통이 있다”며 “그 인턴 직원을 잘 아는데 뛰어난 인재다. 저도 그분이 만든 좋은 정책 페이퍼(제안서)로 도움을 받았다”고 거들었습니다.

국회 직원들의 페이스북 상 익명게시판 격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페이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한 직원은 “고속 승진 논란은 (의원에게 인사권한이 전적으로 달린)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직원은 “인턴이 빨리 직급을 달면 안되는 건가. 순차적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있지만, 능력을 인정받으면 몇단계 건너뛰는 승진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러 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인턴은 인턴으로만 머물러야 하느냐”는 성토도 잇따랐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국회 보좌진의 직업적 특성 때문입니다. 의원 임기가 종료되면 보좌직원으로서의 신분도 면직됩니다.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면 함께 근무했던 보좌직원은 총선 후 다른 의원실에 이력서를 내야 계속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일하던 의원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의원이 일부러 해임하지 않는다면) 계속 근무할 수 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보좌직원의 정책 전문성을 키우려면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러려면 의원이 아닌 국회가 직접 임면권을 갖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끝) /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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