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메갈 논란부터 기부까지…'소울워커' 역주행의 의미

입력 2018-04-12 14:21  

스마일게이트, 발빠른 대응에 신뢰도 상승
미혼모시설 지원 후원금 일주일 만에 5000만원 돌파





라이온게임즈가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공급하는 액션 역할수행게임(롤플레잉게임·RPG) '소울워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메갈리아 논란을 시작으로 소매넣기, 미혼모 기부까지 다양한 이슈가 겹쳐 발생하면서 유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발단은 지난달 중순으로 거슬러 간다. 유명 게임 커뮤니티에 소울워커 일러스트 일부를 제작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메갈리아(여성 혐오에 반발해 남성 혐오를 주장한 페미니즘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빠르게 확산됐고 네티즌들은 공급사인 스마일게이트에 일러스트레이터를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문제를 인식한 스마일게이트 운영진들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고 하루 만에 일러스트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공지를 통해 "문제가 되는 일러스트는 과거 비용을 지불해 외주 제작한 일러스트로 사용자들의 의견에 따라 해당 일러스트를 새롭게 제작해 교체할 예정"이라며 "이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사전 검수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의 메갈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데스티니 차일드·소녀전선·클로저스·마녀의샘3·데스티니 차일드 등이 대표적이다. 메갈 논란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시판되는 대부분의 게임이 일러스트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메갈 논란 등 사회적 논쟁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다양한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내부 사전 검수를 약속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스마일게이트의 발빠른 대응에 유저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메갈 논란에 빠진 다른 게임과 달리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시정에 나선 곳은 사실상 스마일게이트가 유일했다. 동시에 게임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 게임을 이제야 알았다니' '할 수록 매력적인 게임'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동시에 유저들의 '소울워커' 살리기도 시작됐다. 유저들은 소울워커를 알리고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대표적인 게 '소매넣기'다. 소매넣기는 소매치기의 반대말로 기존 유저들이 새로운 유저들에게 반강제로 아이템을 선물하고 도망가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 운영진들은 늦은 시간까지 유저들과 소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화답했다. 이런 노력은 소울워커 돌풍으로 이어졌다. 게임순위 100위권 밖에 있던 소울워커는 일주일 만에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현재 10위권에 랭크된 상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저들은 밤낮 없이 일하는 운영진의 건강까지 챙겼다. 급기야 스마일게이트 사무실로 홍삼, 과일 등이 날아들었다. 일부 유저들의 '인증'이 시작되면서 선물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선물의 규모가 커지자 스마일게이트는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유저들에게 받은 선물을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대표적인 곳이 애란모자의 집이다. 애란모자의 집은 미혼모와 아이들이 생활하는 장소다.

애란모자의 집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유저들이 또 다시 움직였다. 그들은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해피빈을 통한 모금에 나섰다. 4월 첫째 주 시작된 모금은 현재 5190명(12일 오전 12시 기준)을 넘었고 후원금은 5243만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예상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당 게임사는 문제를 빠르게 인식해 개선하고 대처했다. 타인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고 지적한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는 백파이어 효과(backfire effect)에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런 모습은 유저들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다. 미혼모 시설에 대한 모금활동도 이같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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