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우리사주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을 신용평가사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단기에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와 평판 하락이 실적에 미치는 여파 등을 검토해 향후 신용도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12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한국신용평가(한신평), NICE신용평가(NICE신평)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등급전망 '안정적')으로 NH투자증권과 함께 증권사 중 최상위권이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는 지난 6일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담당직원이 배당을 입금하면서 배당 단위를 돈(원)이 아니라 주식(주)으로 잘못 설정해 빚어졌다. 뜻밖에 수백억원대 주식이 계좌에 입고된 일부 직원들이 장중에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6일 한때 12%가까이 떨어졌다.
신용평가사들은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상위 신용등급을 지지하는 요인 중 하나가 삼성그룹의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한 투자중개 및 자산관리 부문의 우수한 입지였던 만큼 향후 여파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강욱 NICE신평 수석연구원은 "증권 관련 전산시스템의 중대한 문제점 노출, 중요한 오류 필터링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의 결함, 금융회사 직업윤리에 저촉되는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징계와 평판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징계와 평판 하락이 실질적인 실적 저하로 이어질 지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와 박광식 한기평 평가전문위원 역시 "삼성증권의 후속대처, 향후 손실 반영 규모, 당국의 검사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투자중개와 자산관리 부문의 우수한 시장지위가 삼성증권의 신용등급을 지지하는 주요 요소인 만큼, 이번 사고가 사업안정성과 평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변경의 핵심이 채무상환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곧바로 삼성증권의 신용등급 하향을 이끌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연구원은 "양호한 업황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신용등급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신뢰도 저하로 인한 기관고객의 이탈은 개인고객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배당사고와 관련된 소송 리스크는 잠재적인 수익성 저하 요인인 만큼 수익성과 채무상환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한 상황에서 향후 등급전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국은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미비, 직원의 도덕적 해이, 시스템 상 취약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특별점검 및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개인의 실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전반적인 조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잘못된 주식이 발행된 다음에 무려 37분 동안 거래중지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여서 분명하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주식거래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의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에 이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들이 주식자산 거래를 삼성증권에 맡기지 않기로 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선례가 없던 사고인 만큼 보상 규모가 어느수준까지 확대될 지, 제재 수위가 어느정도일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등급전망의 변동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보류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걸림돌이 발생한 점은 향후 초대형 IB 그룹 내 시장지위에 불안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사고가 발생한 6일 주식을 매도한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금전적 보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우리사주 배당사고에 대해 적극적인 보상의지를 담아 최대한 폭넓은 피해 투자자 구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해투자자 범위는 잘못 배당된 우리사주 첫 매도주문이 발생했던 6일 오전 9시35분 이전에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 중 당일 하루동안 해당 주식을 매도했던 모든 개인 투자자들로 정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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