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署 학대예방경찰관
경찰관·상담팀 36명으로 구성
대부분 사회복지·심리학 전공
관내 폭력재발 빈도 크게 줄어
[ 장현주 기자 ] 서울의 한 일선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정폭력 신고를 하는 한 부자(父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인 7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은 술만 마시면 서로 싸우다 경찰을 불렀다. 반복되는 신고에 강북경찰서 ‘가족 간 범죄통합예방·지원센터’가 나섰다. 센터 내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상담사가 6개월 가까이 대화를 시도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아버지와 아들은 차츰 마음을 열었다. 이들은 계속된 설득에 알코올중독 치료도 받기 시작했다. 아들은 센터에 따로 연락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론 가정폭력 신고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가정폭력 범죄에 종합 대응할 수 있는 상설 기관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강북경찰서는 2016년 5월 전국 최초로 가족 간 범죄통합예방·지원센터를 도입했다. 기존 번2동 치안센터를 전문 상담센터로 재단장했다. 강북구는 1000명당 가정폭력 범죄 신고 건수가 7.07건(2017년 기준)으로 서울에서 많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센터는 APO 3명과 상담팀 33명으로 구성됐다. 상담팀은 사회복지학 및 심리학 전공자 등 전문가로 이뤄졌으며 하루 4~8명이 재능기부로 봉사한다.
주된 업무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를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가정 방문, 전화 상담, 센터 내 상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외에도 인근 사회복지기구를 통해 법률·의료·일자리 등을 지원한다. 가정폭력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최종효 센터장(경위)은 “경찰관들이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집을 청소하거나 도배를 돕는 등 현장에서 발벗고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범죄는 일회성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는 게 최 센터장의 철칙이다. 그는 “예전에는 신고를 받고 조사해도 후속 조치가 어려워 가정폭력 범죄의 재발 빈도가 높았다”며 “센터가 생긴 뒤에는 꾸준한 관리가 가능해 다시 신고 전화가 오는 곳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경찰에 마음의 문을 여는 가정이 늘어난 것도 긍정적이다. 상담사와 동행하면서 경찰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크게 좁혀졌다는 것이다.
센터의 성과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2016년 강북구 가정폭력 범죄의 재신고율은 7.7%였지만 2017년 3.2%까지 줄었다. 상담건수도 976건에서 1323건으로 1년 만에 크게 늘었다. 전준호 경위는 “하나의 가정폭력 범죄를 해결하는 데 몇 달씩 고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피해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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