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청소습관 '週 1회 대청소'에서
'자주 조금씩'으로 바뀌며 무선제품 선호
전체 청소기 시장서 스틱형 71% 차지
맞벌이·1인 가구 급속 증가도 영향
英 다이슨이 소비자 눈높이 끌어올려
다른 가전에 비해 가격저항 적은 편
LG전자·삼성전자 제품 '불티'
[ 노경목 기자 ] ‘119만9000원.’ 삼성전자가 지난 3일 출시한 스틱형 무선 청소기 ‘2018년형 파워건’의 출고가다. 보통 20만~30만원, 비싸야 40만~50만원 정도인 일반 청소기 가격의 두 배를 넘는다. 얼마 전만 해도 일반 청소기를 보조하는 ‘세컨드 가전’으로 취급받던 스틱형 무선 청소기가 청소기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최근 1년간 가전시장에서 벌어진 일 중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내부 시장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봤더니 그 이면에는 한국 청소 문화의 변화가 있었다.
젊은 층 ‘틈틈이 청소’ 선호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틱형 무선청소기는 영국 다이슨이 독주하는 틈새시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LG전자 ‘코드제로 A9’, 9월 삼성전자 ‘파워건’이 시장에 나오며 판도가 바뀌었다. 온라인 판매 중개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올 1분기 스틱형 무선청소기 판매량(매출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9배 늘었다.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월 40%에서 지난달 71%까지 높아졌다.
가전업체들은 변화하는 한국인의 청소 습관에 주목했다. LG전자는 내부 보고서에서 “주 1회 대청소를 하던 데서 틈틈이 보이는 부분을 청소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것이 이유다. 3~4인 가구가 살 때와 비교해 주거 면적이 좁아지면서 청소가 “한 번 시간을 내 꼭 해야 하는 일”에서 “틈틈이 보이는 것을 치워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일”로 바뀐 것이다. LG전자 분석에 따르면 20~30초간 청소할 경우 일반 청소기는 제품을 꺼내 코드를 연결한 뒤 줄을 뽑고, 청소 이후 정리하는 시간이 청소시간 자체보다 더 길었다. 틈틈이 청소하는 데는 스틱형 무선 청소기가 일반 청소기보다 유리하다는 얘기다.
세대별 청소기 구매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LG전자가 제품별로 구매연령 비중을 자체 조사한 결과, 무선 청소기 A9은 20~30대가 54%를 차지했지만 최신 일반 무선청소기인 T9은 40대 이상이 66%를 차지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새로운 청소 패턴에 익숙한 것이다.
다이슨이 끌어올린 눈높이
전자업체들이 고가 무선 청소기를 내놓은 배경에는 다른 가전에 비해 청소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낮다는 이유도 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동향 자료를 통해 “청소기는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전체 구동 과정에 사용자가 관여해야 하는 제품”이라고 분석했다.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돌아가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과 달리 청소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자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무선 스틱 청소기 구매 의향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전자의 자체 설문조사에서는 이 같은 분석이 더 명확해졌다. 가장 큰 구매 기준으로 ‘가격’을 꼽으면서도 가격 저항선은 예상보다 높아 100만원 안팎의 제품까지 살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가격에 맞춰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은 것도 성공 요인이다. 과거 무선 청소기는 일반 청소기에 비해 흡입력이 낮았다. 배터리 용량 문제로 사용시간에도 제한이 따랐다. 코드제로 A9과 파워건은 일반 청소기에 뒤지지 않는 흡입력을 갖추고도 40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핸들 각도 조정 등 사용 편의성에서는 파워건이 일반 청소기보다 낫다”고 했다.
2016년 국내에 처음 고가 무선청소기를 선보이며 소비자 눈높이를 끌어올린 다이슨의 활약도 도움이 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다이슨 청소기의 성능 때문에 고가 무선 청소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가 무선 청소기가 일반화되며 청소기와 청소 문화에 대한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가 그랬듯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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