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만난 문재인 대통령-홍준표 대표… 서로 할 말만 주고받은 '80분 평행선'

입력 2018-04-13 21:15  

문재인 대통령-홍준표 대표 회동

홍준표 "김기식 집에 보낼 것 같은 느낌 받아"
靑 "문 대통령은 한마디도 안했다" 반박

문 대통령 "위법이거나 도덕성 평균 이하면 해임"
선관위 유권해석 통한 '김기식 퇴로' 열어놔



[ 손성태 기자 ] 1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독 회동한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대통령이 홍 대표와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얼어붙은 정국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 성사 배경과 관련, “남북한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1야당 대표의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김기식 사퇴론’으로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당의 양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사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홍 대표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김 원장 거취와 관련한 어떤 요청도 하지 않았다. 김 원장에 대한 홍 대표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 문 대통령은 경청만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홍 대표는 그러나 단독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김기식을 집에 보내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 거취와 관련, 임명 철회와 내정 철회 등의 용어가 튀어나오자 문 대통령이 “어느 것이 맞냐”고 되물은 뒤 “임명 철회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라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 문제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홍 대표의 발언에 뜨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기식 카드’를 거둬들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면메시지를 통해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퇴로’를 열어뒀다. 그러면서 김 원장에 대한 경질 기준으로 ‘위법’과 ‘평균 이하의 도덕성’이란 잣대를 제시했다. 또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원장에 대해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해임’이 아니라 ‘사임토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을 넘겨 받은 중앙선관위와 검찰이 위법에 준하는 유권해석을 내려줘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에 해외출장까지 포함시켜야 하느냐”며 “그럴 경우 앞으로 국회의원 출신 공직 임명은 물건너 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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