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곤지암’ 흥행이 반갑지만은 않은 LG

입력 2018-04-15 15:32   수정 2018-10-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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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산업부 기자) 공포영화 ‘곤지암’이 연일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순 제작비 11억원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관객 300만명 동원을 앞두고 있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제작해 높은 생동감을 주며 공포를 극대화하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곤지암은 공포영화의 소재인 폐 정신병원 건물의 대명사가 돼 버렸습니다.

영화가 나오기 전만 해도 곤지암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스키장과 골프장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조금 멀지만 시설이 좋고 관리가 잘 돼 있어 스키장 중에서는 이용료가 가장 비싸고, 골프장도 평일 다른 골프장 주말 그린피를 받을 만큼 고급스러운 곳입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기업은 LG그룹 계열사인 서브원입니다. 공포영화가 흥행한다고 해서 곤지암리조트의 영업에까지 악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곤지암과 관련된 대중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LG 측에서도 걱정할 만한 부분입니다. 오너 일가가 곤지암에 가지는 관심 때문입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0년부터 곤지암에 41만평 규모의 화담숲을 조성했습니다. 업무가 없을 때면 달려가 나무를 돌보며 휴식을 취하고 경영 구상을 가다듬곤 합니다.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는 화담숲에서 구 회장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구 회장은 목격담에서 화담숲 속에서 길을 가르쳐준 노신사, 칭얼대는 아이에게 물병을 건네며 달래는 등산객 등 여러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화담숲이라는 이름 자체가 구 회장의 아호 ‘화담(和談·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에서 따왔습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도 곤지암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고객들을 초대해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좀 더 열린 공간에서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1년 ‘스마트폰 쇼크’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을 때 구 부회장은 학계부터 선배 경영인까지 다양한 인사들을 곤지암으로 불러 조언을 들었습니다. 지난해에는 LG 계열사 직원들이 고객들과 함께 곤지암리조트 골프장을 이용할 때 그린피를 낮추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고객들이 부담없이 곤지암에 와 LG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화에 등장한 곤지암 정신병원과 곤지암 리조트와의 거리는 도로를 따라 6.5㎞, 자동차로 15분 거리입니다. (끝)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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