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 사고팔아 부당이득… 증권사 '고스트 세력' 있나 없나

입력 2018-04-15 17:10   수정 2018-04-16 09:57

금감원, 업계 전방위 점검

"전산 인력 공모 땐 가능한 일"
"이중 삼중 체크… 영화같은 얘기"



[ 조진형 기자 ] 증권시장에서 ‘유령주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겨온 ‘고스트 세력’이 있는 것 아닐까.

삼성증권 ‘팻 핑거(주문 실수)’ 사고로 유령주식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이 같은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유령주식을 고객 계좌에 입고한 뒤 시세를 조종해 돈을 벌어온 전대미문의 세력이 증권회사 내부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게 핵심이다. 영화 같은 일이지만 금융당국은 ‘감독 사각지대’였다는 점에서 고스트 세력 관련 의혹을 점검하기로 했다.

15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9일까지 진행하는 삼성증권 주식거래시스템 현장검사에서 유령주식을 둘러싼 증권 범죄 악용 소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는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는 우리사주 배당 입력 시스템에서 발생한 ‘해프닝’ 성격이 강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삼성증권 시스템에서 유령주식 악용 사례가 있었거나 취약점은 없나 살펴본 뒤 모든 증권사로 검사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주식거래시스템 허점을 노린 고스트 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령주식을 특정 계좌에 입고하려면 증권사 영업직원 혼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와 전산, 증권관리 담당자 등이 공모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일반 증권사 영업지점의 업무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를 갈아탈 때 유령주식이 입고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A증권사 고객이 B증권사로 증권계좌를 갈아탈 때 보유주식 입·출고 업무에서 영업직원이 고의로 유령주식을 대거 입고할 수 있다는 것. 유령주식이 입고되면 당일 ‘매도 후 재매수’ 전략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시장가로 유령주식을 팔고 저점에 다시 사서 채워놓는 방식이다. 현·선물 연계 거래로도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장 마감 이전에 장내 매도한 유령주식을 다시 채워놓으면 예탁결제원의 감시망도 피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지점 직원 혼자선 어렵지만 증권관리부나 정보기술(IT) 전산 직원과 공모한다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며 “삼성증권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범죄여서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도 후 재매수 전략은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월가에서 자주 쓰는 매매 기법”이라며 “있어선 안될 일이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존 내부통제 수준을 넘어선 범죄 가능성을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도 컴플라이언스본부를 중심으로 회의를 소집해 기존 내부 통제를 피해갈 수 있는 수법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범죄 공모를 가정하면 입고 시스템에 허점이 있을 수 있지만 거액이 입금되면 관련 부서에서 이중 삼중으로 체크한다”며 “소액으로는 유령주식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고스트 세력 존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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