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생산성이 답이다

입력 2018-04-15 18:10   수정 2018-04-16 07:12

"노동생산성 향상시키는 기업 투자
6년차 이하 신규기업 생산성 높아
규제 완화로 '기업가정신' 북돋아야"

홍석우 < 前 지식경제부 장관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2060년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은 ‘생산성’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속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력의 증가와 생산성의 향상이 필수적이지만 노동력의 증가는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노동인구 비율은 정체되고 있으며, 노동력도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인구의 비율도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언제쯤 해결될지 알 수 없으니 믿을 곳은 ‘생산성’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의하면 세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6년에 1%를 밑돌았으며, 2017년에 1.4%로 나아지기는 했으나 세계 금융위기 이전 5년간 평균인 2%에는 크게 못 미치는 형편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더욱 큰 문제다. 금융위기 이전 5년간 평균증가율이 2.7%였으나 그 뒤 지금까지 연평균 1%를 밑돌고 있다. 향후 5년간 전망도 연평균 1.2%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은 기업들이 열심히 투자를 해야 결실을 본다. 새로운 기계의 설치나 개발, 그리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노동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근로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도 투자를 해야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선진국의 민간기업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위기 이전에 비해 25%나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시장은 조금 낫기는 하지만 정치·경제적 리스크와 맞물려서 기업들은 고위험 혁신투자를 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 투자로 몰리는 문제가 있다.

경쟁이 저하된 원인은 새로운 기업의 탄생이 활발하지 못한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OECD에 의하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주로 6년차 이전의 기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규 기업의 비중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미국은 20%나 낮아졌다고 한다. 이자 지급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좀비기업’이 급증한 것도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3년에 6%의 좀비기업이 자본의 19%, 노동력의 10%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시대적인 기술발전의 특징에서도 생산성 증가가 어려운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가상공간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3D프린팅, 퀀텀 컴퓨팅 등이 어우러진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혁명’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것은 철제 농기구, 방적기, 내연기관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듯이 오늘의 기술에도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나 기술자들은 기술발전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 연결이 끊어진 이유를 찾아보려고 애쓰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경제대국’이 된 것은 선배들이 열심히 뛴 덕택이다. 세계가 길을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지만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많은 나라의 뒤를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고 기업가정신이 활발해지도록 규제를 없애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제주체들 간에 경쟁이 활발해져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주도적인 노력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스타트업 설립이 왕성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원에만 급급했던 정책들을 재점검해서 좀비기업을 유지시켜주는 비효율적인 정책이 없는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믿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문화가 단기주의에서 장기주의로 변화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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