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된 철근만 에펠탑 11개 분량
'규모의 경제' 실현… 6월말 가동
고도화 설비로 非정유사업 강화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 늘려
500명 신규 채용… 지역경제 활력
[ 박상익 기자 ]
15일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에쓰오일의 신규 공장 건설 부지에 세워진 110m 높이 반응기와 철제 모듈이 동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외벽이 없는 16층짜리 아파트처럼 생긴 접촉분해시설 사이로 작업자 수백 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4조8000억원이 투입된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하류시설(ODC) 신축 공사 현장이다.
2015년 공사계획 발표 당시 단일 플랜트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사 부지만 110만㎡, 사용된 철근 무게는 11만t으로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11개 세울 수 있는 분량이다.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이영석 설계·관리부장은 “공사 진척도가 99.5%”라며 “아파트로 치면 입주 전 마무리 청소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고도화설비로 승부
에쓰오일은 회사가 보유한 해안 매립지와 한국석유공사에서 매입한 땅에 RUC와 ODC를 짓고 있다.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경질유를 뽑고 나면 벙커C유와 아스팔트 원료인 중질유(잔사유)가 남는다. 이를 RUC에 투입하면 경질유와 함께 석유화학 기초유분 중 하나인 프로필렌(플라스틱, 합성섬유 소재)을 얻게 된다. ODC는 프로필렌을 공급받아 폴리프로필렌(PP)과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한다. PP는 잘 늘어나면서 충격에 강해 필름, 섬유, 자동차 범퍼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PO는 자동차 내장재와 냉장고 단열재 등으로 활용되는 폴리우레탄의 기초 원료다.
이 공사 현장에서는 2016년 5월 착공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평균 1만 명 넘는 인원이 작업하고 있다. 연인원 430만여 명이 투입됐다. 조선업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울산 지역 인력을 흡수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쓰오일은 올해 설비 가동을 앞두고 지난 3년간 500명의 신규 직원을 뽑았다. 현장에서 만난 김형배 에쓰오일 RUC부문장(부사장)은 “직원들이 휴가도 못 가고 매일 밤 12시까지 일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늦은 1976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단순 정제로는 경쟁사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보고 원유 고도화설비에 승부를 걸었다. 에쓰오일은 1997년 국내 최초로 벙커C유 분해설비(BCC)를 가동하며 원유 고도화시대를 열었다.
2011년에는 합성섬유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시설을 완공했다. 2010년 1조5404억원이던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이듬해 3조491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20조891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641억원, 2013년 8273억원, 지난해 1조4625억원으로 늘었다.
◆“6년 안에 투자비 회수”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그동안 효자 노릇을 하던 PX 시장이 중국의 대규모 증설로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에틸렌과 함께 올레핀 계열로 분류되는 프로필렌사업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기존 고도화설비가 휘발유를 뽑아내는 데 치중했다면 에쓰오일의 RUC·ODC는 프로필렌과 PP·PO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RUC·ODC가 올 하반기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매일 2만1000배럴의 휘발유를 생산하게 된다. 기존 설비에서 프로필렌을 연간 20만t 생산하고 있지만 RUC가 가동되면 매년 70만t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추가 생산 분을 원료로 삼아 PP와 PO를 각각 연간 40만5000t, 30만t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C가 독점 생산하는 국내 PO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6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오스만 알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신년사에서 “RUC·ODC 이후의 새로운 프로젝트도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지속적인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RUC·ODC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부가가치가 높은 비정유 부문 생산 비중을 기존 14%에서 19%로 높이게 된다.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도 파라자일렌과 올레핀 제품이 균형을 잡는 효과를 얻는다.
울산=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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