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김기식 거리두기

입력 2018-04-16 09:05  



(박동휘 정치부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이 뜨겁습니다. 야당의 공세에 청와대까지 나서 방어할 정도니 김기식이라는 인물의 중요성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기류는 청와대와는 다소 다른 듯 합니다.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거리두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김 원장과 엮이는 것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겉으로는 민주당 지도부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법 사실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를 했으니 해석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한다는 겁니다.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외부발탁으로 충격 줘야하지만 비판과 저항이 두려워 고민”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원식 원내대표는 “위법한 점이 있으면 그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씀으로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박홍근 원내수석도 “먼저 시시비비를 가린 후 정무적 판단을 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선 ‘김기식 자진사퇴’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사임이라는 단어까지 꺼냈으면 자진 사퇴해야하는 거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이 정도로 고민을 표시하는 걸 보고도 김 원장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친문 의원들은 이번 김기식 논란이 대통령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공정한 기회’를 원하는 젊은 사람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내심 우려하는 건 젊은 지지층들의 이탈입니다. 가상화폐 광풍이 불자 청와대, 정부, 여당이 한 목소리로 ‘탄압’에 가까운 정책을 밀어부친 데 대한 부담감이 꽤 크다는 겁니다. 여기에 김기식 원장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오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낸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감원의 역할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이지 김기식 원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박용진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박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달 22일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금융위원장에게만 주어진 사법경찰 추천권을 금감원장도 갖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렇게 되면 민간인인 금감원 직원이 압수수색, 통신기록 조회, 출국금지 조치 등을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측은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2월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3월22일에 발의된 법안”이라며 “김기식 원장은 그 당시 하마평에도 없었고 2월에는 최흥식 원장시절인데 이 법안이 어떻게 김기식 사용설명서가 될 수 있겠냐”며 김 원장과의 연관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지난 11일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장의 권한을 금감원장에게 위임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인데 이 법률에서 규정한 금융위원장의 행정처분 권한을 금감원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학영 의원은 물론, 금융위도 김기식 원장과 연결시키는 해석에 대해 경계를 드러냈습니다. 금융위는 “위임 근거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금융위가 이학영 의원 등과 상의해 발의한 청부 입법”이라고 설명할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박용진 의원실의 표현입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학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김기식 원장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일 수 있겠지만 우리 법안을 김기식 사용설명서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김기식이란 뜨거운 불에 데이지 않으려는 반응 같아 입맛이 씁쓸해집니다. (끝) /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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