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이 철광석 선물거래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철광석 선물거래가 국제 가격의 지표가 되는 것을 바꾸겠다는 목적에서이지요.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16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다음달 4일부터 다롄(大連)상품거래소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참여하는 철광석 선물거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에서 외국 자본의 참여를 허용하는 두 번째 원자재 선물거래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지요.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외국인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중국이 원유에 이어 철광석 선물거래에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한 배경에는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원유 선물거래와 마찬가지로 철광석 선물거래도 위안화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입니다. 지난해 수입한 철광석은 10억7500만t으로 세계 철광석 무역량의 68%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철광석 선물거래에 국내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어 세계 철광석 가격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세계 철광석 가격의 기준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에너지 정보업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랫츠(Platts)의 철광석 가격지수가 사용돼 왔습니다.
2013년 10월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시작한 중국의 철광석 선물거래는 이미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큽니다. 국제 가격과의 연동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철광석 선물거래 규모는 329억t에 달했습니다.
중국 철광석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이 직접 참여할 길이 없어 중국에서 형성된 철광석 선물가격의 국제적 영향력이 제한돼 있었다”며 “외국인 투자자 참여로 국제 철광석 거래 시장에서 중국의 파워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중국의 철광석 선물시장 개방 소식에 국제 원자재 업계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당수 해외 철강 생산·무역업체들이 중국 철광석 선물 거래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중국 철광석 선물거래 참여 투자자는 60만8900여곳으로 파악됩니다.
중국 정부가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작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도 하루 평균 거래액이 3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이 막강한 ‘바잉파워(buying power)’를 무기로 글로벌 원자재 거래 시장을 서서히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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