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자금조달 창구 막힌 바이오벤처

입력 2018-04-16 19:25   수정 2018-04-17 06:21

갈 길 먼 K바이오

평가기관마다 심사 '제각각'
유망 바이오업체 상장 탈락도
창투사들 투자 기피 우려



[ 한민수 기자 ] “누가 심사하느냐에 따라 바이오기업의 상장심사 당락이 결정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 창업투자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상장심사 담당자의 성향에 따라 신규 상장 바이오기업 수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정부가 바이오기업의 상장 활성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상장심사 과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창업투자회사가 바이오·의료기업에 새롭게 투자한 금액은 14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4억원)보다 6배 가까이로 늘었다.

수많은 바이오기업이 도전하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대부분 바이오기업은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에 창업투자사 등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다. 창업투자사로서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있어야 적극 투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 투자 열기가 지속되려면 투자금 회수의 주요 창구인 증시 상장에 대한 예측 가능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다수 바이오기업은 실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상장을 추진한다”며 “하지만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심사가 일관성 있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벤처가 적지 않다”고 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은 2014년 1개에서, 2015년 10개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16년에 9개, 지난해에는 6개로 줄었다. 최근 금융투자사로부터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카이노스메드와 바이오인프라가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들 두 회사에 대한 기술성평가 등급이 평가기관별로 크게 차이가 나면서 심사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진행하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 대상의 테마감리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신약 복제약 개량신약 등에 따라, 뇌질환 당뇨 감염병 등 분야에 따라 임상 단계별 성공 확률이 다른 만큼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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