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女心 겨냥
박보검·박해진 등 화장품 광고모델로
공유·송중기·이승기 등 생활가전·가구 휩쓸어
[ 문혜정 기자 ]
마스크팩과 폼클렌저 등 기초 화장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듀이트리는 올초 배우 정해인 씨에게 모델을 제안했다. 정씨는 톱모델은 아니었다. 지난해 인기 드라마 ‘도깨비’(tvN)에 특별 출연했고 ‘슬기로운 감빵생활’(tvN) 등에서 조연급으로 활약한 정도였다. 듀이트리 경영진은 잠재성을 보고 베팅했다. 이 베팅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정씨가 주연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가 방영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국민 연하남’ ‘해인앓이’ 등 유행어를 낳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정씨를 모델로 기용한 듀이트리 관계자는 “온라인몰 매출이 두 배 이상 늘고 해외 판매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모델을 선호하던 화장품업계에 남자 모델 전성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男 모델’ 전성시대
대기업은 물론 중소 화장품 업체도 잇따라 남성 스타를 모델로 쓰고 있다. 그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배우 박해진 씨를 기용한 제이준코스메틱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박씨가 2016년부터 모델로 활동한 제이준코스메틱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1297억원, 영업이익 2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5%, 67% 성장했다.
듀이트리도 ‘정해인 효과’를 보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정씨가 모델로 발탁된 지난달 12일을 기준으로 듀이트리 제품의 최근 한 달 매출(3월17일~4월16일)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 늘었다”고 말했다. 듀이트리는 홍콩, 대만, 중국 등 중화권에서도 정해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코스모코스(옛 소망화장품)는 브랜드 ‘비프루브’ 모델로 박보검 씨를 기용하고 있다.
대기업인 LG생활건강(배우 이종석), 아모레퍼시픽 라네즈(배우 박서준), 더페이스샵(남자 아이돌그룹 GOT7)도 인기 남자 연예인을 모델로 쓰고 있다.
◆공기청정기·가구도 ‘여심’ 공략
생활가전 렌털시장은 이미 톱 남성모델이 장악했다. 가정 내 필수 소형가전으로 꼽히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광고시장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린다. 지난해 코웨이와 현대렌탈케어는 나란히 공유 씨와 조인성 씨를 모델로 선정했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5년 87만 대, 2016년 100만 대에 이어 지난해 140만 대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렌털사업을 재개한 웅진렌탈은 드라마와 예능에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서준 씨를 모델로 내세웠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생산하는 쿠쿠홈시스는 군복무를 마친 이승기 씨와 올초 계약했다. SK매직은 현빈 씨가 간판 모델이다.
가구업계도 비슷하다. 공유씨는 일룸 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모델을 쓰지 않던 현대리바트와 체리쉬는 지난 2월 송중기 씨와 원빈 씨를 각각 모델로 기용했다. 작년까지 전지현 씨를 부엌가구 모델로 쓴 한샘은 올해 초 ‘리하우스’(인테리어 리모델링) 사업부분 모델로 배우 오지호 씨를 선정했다.
광고업계에선 이런 변화가 두 가지 소비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파워가 크고 과거 ‘팬덤’을 경험한 30~40대 국내 여성 소비자와 한류가 인기를 끄는 중국 소비자 등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20대는 물론이고 30~40대 여성도 ‘팬덤 문화’와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된 것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에 익숙한 세대”라며 “좋아하는 남자 스타가 홍보하는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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