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에 성공한 국내 기업
OB맥주 등 계열사 줄매각
두산, 중공업 그룹 탈바꿈
[ 이우상 기자 ] 국내 기업 가운데 변신에 성공한 업체는 대기업 중에선 두산, 중소기업에선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를 꼽을 수 있다.
제이에스티나의 전신 로만손은 1988년 시계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시계 유리 전면을 정밀하게 깎는 독창적인 기술을 앞세워 삼성시계 아남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시계회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9년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국내 시계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휴대폰에 들어 있는 시계, 스위스 명품시계, 성능 좋은 일본산 제품 등이 경쟁자였다. 시계 매출은 줄었다.
2003년 로만손은 제이에스티나란 브랜드를 내놨다. 이를 통해 주얼리와 핸드백 등을 만들어 꾸준히 키워냈다. 그 결과 2015년 로만손 매출에서 제이에스티나 주얼리와 핸드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 2016년엔 사명도 아예 로만손에서 제이에스티나로 바꿨다.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와 핸드백 외에도 화장품 향수 의류 등 패션 관련 아이템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7년 제이에스티나 매출 중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불과했다.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를 앞세워 해외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두산은 대기업 가운데 변신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1996년 본격적인 변신에 나섰다. OB맥주 등 오래된 국내 소비재 기업은 물론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지분도 줄줄이 팔아버렸다. 두산이 계열사를 팔아치우자 업계에서는 “포목상으로 시작한 두산이 포목상으로 돌아갔다”는 말도 나왔다. 동대문 패션몰 ‘두타’는 팔지 않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두산은 외환위기에서 생존했다. 그리고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줄줄이 인수했다. 소비재 그룹에서 중후장대형 그룹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7 대 3이던 소비재와 산업재 비율은 이후 1 대 9로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변신에 성공하려면 경영진의 결단과 과감히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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