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번째 경매… 여의도 오피스텔 큰손 '3번의 실패'

입력 2018-04-17 18:07  

총 480여억원 대부분 대출
예상 임대료 450만→250만원
용인 중개업소에 "모두 맡아라"



[ 민경진 기자 ]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인근 오피스텔 에스트레뉴. 여의도 증권가 출신 전업투자자들이 세운 부티크(소규모 비공식 투자회사)가 모여 있는 건물이다. 이 오피스텔 한 실이 또 경매로 나왔다. 이 건물에서만 59번째 경매되는 A씨 소유 물건이다.

A씨는 2010년 총 480여억원을 들여 이 건물 오피스텔 60실을 분양받았다. 입주를 앞두고 분양계약이 해지된 물량이었다. 자금 압박에 내몰린 건설회사는 계약 해지된 물량을 25% 할인된 가격에 급매물로 내놨다.

이미 이 건물 오피스텔 2실을 분양받은 A씨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A씨가 관심을 보이자 건설사는 400억원이 넘는 매입비용 전부를 은행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모자란 80억원은 회사에서 빌려준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내 돈 하나 들이지 않고 여의도 한복판 건물 절반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수백억원의 빚을 지게 되더라도 실당 450만원씩 62실에서 30억원 가까이 임대료를 매년 거두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임대 수익으로 나머지 오피스텔도 하나하나 매입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초기 임대료가 월 250만원 선에 형성된 게 문제가 됐다. 그렇게 헐값에 세를 내주면 수익은커녕 이자 갚기도 힘들 판국이었다. 3000만원을 들여 글로벌 부동산 회사에 임대 관리를 맡겼지만 시세보다 비싼 임차료를 부담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사람이 원하던 임대료 월 450만원을 맞춰줬다. 그에게 60여 실 관리를 모두 맡겼다. 하지만 그도 더 이상 매달 450만원을 낼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사정을 잘 아는 여의도 S공인 대표는 “5~6년 전 여의도에서 전용면적 107㎡ 오피스텔 임대료를 450만원 넘게 받으려는 건 굉장한 무리수였다”며 “지금 임대료도 3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달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만 수억원에 이르렀다. 보유하고 있던 물건을 매각하려 했지만 공동담보로 잡혀 있어 호수별로 일부를 팔 수도 없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그나마 있던 임차인도 임차료를 체납하기 시작했다. 책상이나 소파 등을 그대로 둔 채 컴퓨터만 들고 야반도주하는 임차인도 있었다.

결국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2014년 오피스텔 13실이 경매로 넘어갔다. 감정가격보다 2억~3억원 싼 가격에 소유권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어서 13실, 32실도 차례대로 A씨 손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건물 관리사무소는 밀렸던 관리비 11억원을 내라며 A씨에게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관리사무소 편을 들어줬다.

지금 A씨에게 남은 오피스텔은 총 4실이다. 이 중 하나가 59번째 법원 경매 물건이다. A씨는 “너무 많은 대출을 일으켜 무리하게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게 패착이었다. 몇 년에 걸쳐 대출 이자 등을 갚느라 이젠 빈털터리가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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