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집 7억, 예금 2억' 있어도 月10만원 줄테니 애 낳으라고?

입력 2018-04-17 18:18  

아동수당 대상기준 확정

0~5세 자녀 둔 집 95% 대상
아동수당 받을 소득인정액
3인가구 기준 月1170만원

맞벌이 공제 등 확대로 수당 지급 대상 늘어나
올해 예산만 9500억 달해



[ 김일규 기자 ] 연봉이 1억원을 넘고, 서울에 있는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부부도 만 5세 이하 자녀가 있다면 오는 9월부터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초저출산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만 ‘10만원 받자고 애를 더 낳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10여 년간 126조원의 돈을 쓰고도 실패한 저출산 대책을 답습했다는 지적이다.


◆연봉 1억4000만원 가구도 해당

보건복지부는 17일 아동수당 지급 대상 선정기준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아동수당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만 0~5세 아동을 키우는 가구에 9월부터 월 10만원씩 주는 사업이다. 국회가 작년 12월 2인 이상 전체 가구 기준 소득 하위 90% 가구까지만 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선정 기준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3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월급 등 소득+재산의 소득환산액)이 1170만원 이하이면 아동수당을 주기로 했다. 연봉만으로 따지면 1억4000만원을 받는 가구도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재산만으로는 약 11억원까지 가능하다. 4인 가구는 월 소득인정액이 1436만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만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는 198만 가구, 아동 수는 252만 명이다. 가구 기준으로는 전체의 95.3%, 아동 기준으로는 전체의 95.6%가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했다. 국회에서 합의된 소득 하위 90%보다 늘어난 것으로 상위 4%만 아동수당을 못 받게 됐다.

◆맞벌이·다자녀 가구에 혜택

복지부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월 소득인정액 평가 때 다양한 장치를 넣어 소득인정액을 낮춰주기로 했다. 최대한 많은 가구가 소득인정액을 선정기준액 이하로 평가받아 아동수당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월 소득인정액은 월평균 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한 값이다. 복지부는 우선 월평균 소득을 계산할 때 맞벌이의 경우 부부 합산 소득의 25%를,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경우 둘째부터 한 명당 65만원을 각각 공제하기로 했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는 특별·광역시의 경우 1억3500만원을 기본적으로 공제한다. 시 지역은 8500만원, 군 지역은 7250만원이 기본 공제액이다. 서울에 있는 시가표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아도 3억1500만원까지만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내년 예산 3조원 들 듯

예를 들어 남편(연봉 8000만원)과 아내(연봉 6000만원)가 서울에 있는 아파트(시가표준 4억5000만원)에 살며 빚 없이 예금(2억원), 자동차(3500만원)를 가지고 자녀 두 명(7세, 2세)을 키우는 경우에도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 가구의 소득(810만원)과 재산의 소득환산액(572만원)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1382만원으로, 4인 가구 선정기준액(1436만원)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최상위 가구에까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는 게 맞냐는 반응이 나온다. 넉넉하게 살면서 이미 자녀를 둘이나 키우고 있는데 아동수당을 받는다고 해서 애를 더 낳겠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9~12월, 4개월치 아동수당 예산으로만 국비 7000억원, 지방비 2500억원 등 95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엔 이보다 세 배 많은 3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돈으로 때운 저출산 대책이 실패했음에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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