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계열사 회계정보 제공 못해
설립 6년 만에 최대 위기
계열사 간 이해 상충 등 태생적인 내부문제 표면화
"상장 지연 등 후폭풍 클 듯"
[ 이태호/임현우/하헌형 기자 ] ‘벤처기업 연합체’로 유명한 옐로모바일이 2012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주식스와프(맞교환)와 인수합병(M&A) 등으로 130여 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거느린 지주회사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장기 공백 등으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내부 통제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을 드러냈다. 기업공개(IPO)도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흔들리는 경영 시스템
옐로모바일은 지난 16일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7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적정’ 의견을 받으려 애썼지만 일부 온·오프라인 연계(O2O) 숙박업 계열사 관련 주요 회계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옐로모바일의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본지 4월17일자 A1, 20면 참조
벤처캐피털(VC)업계에선 이번 의견거절로 ‘스타트업 연합체’ 사업 모델이 가진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O2O와 이커머스 등 주요 산업의 성장 기대가 꺾이면서 계열사 간 이해상충과 몇몇 회사에 편중된 수익구조, 계열사 임원 겸직 등 태생적인 내부 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지적이다.
2016년 옐로모바일을 떠난 이상훈 CFO의 빈자리를 아직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일반 기업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 VC 관계자는 “독립성이 강한 사업들을 한 시스템 안에 두다 보니 내부 통제를 하는 데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CFO의 장기 공백에도 경영진 간 갈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갈팡질팡하는 M&A 전략도 문제로 꼽힌다. 옐로모바일은 지난해 6월 헬스케어 부문 강화를 명목으로 500억원 규모의 동양네트웍스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공시했다가 결국 철회했다. 올 들어선 블록체인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모다 경영권을 75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해 계열사를 20개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2016년 선언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주회사의 상장 지연으로 종속회사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옐로모바일은 2015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으나 현재 IPO 관련 협의를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손자회사인 퓨쳐스트림네트웍스와 케어랩스는 2016년과 올해 개별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해 투자 재원을 조달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옐로모바일이 자금 지원 등에서 제대로 역할을 못해 계열사들의 독립적인 성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너지 전략 실패” 지적도
2012년 8월 아이마케팅코리아로 출발한 옐로모바일은 인수 대상 회사의 지분 취득 대가로 옐로모바일 지분 일부를 나눠주는 ‘지분 스와프’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현금을 적게 들이면서도 손쉽게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묘수였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쇼핑정보 서비스 ‘쿠차’와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피키캐스트’가 업계 지배사업자에 오르는 데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의 평가도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경영 전략을 둘러싼 갈등으로 일부 계열사와 핵심 인력 이탈도 이어졌다. 옐로모바일에 합류했다가 결별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서로 다른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지주회사의 감사의견 거절 공시 이튿날인 17일 옐로모바일의 손자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케어랩스와 퓨쳐스트림네트웍스 주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케어랩스 주가는 전날보다 4900원(9.74%) 오른 5만52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8%가량 급등한 5만9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반면 퓨쳐스트림네트웍스 주가는 전날보다 250원(8.16%) 급락한 2815원에 장을 마쳤다.
이태호/임현우/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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