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집념… 화장품 사업 6년 만에 본궤도 올렸다

입력 2018-04-17 19:27  

"올해 매출 2000억 넘기겠다"

비디비치 인수 후 사업 본격화
'하이드라 마스크' 대박

세계 1위 색조 화장품과 제휴
판권 확보 넘어 직접 제조
SI 주가 올들어 80% 급등



[ 민지혜 기자 ] “여성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봅시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사진)은 2016년 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열며 이같이 주문했다. 시코르는 백화점 1층에 브랜드별로 흩어져 있던 기존 화장품 매장과 달리 다양한 브랜드를 한데 모아 놓은 멀티숍 매장이다.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제품인 비디비치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명 브랜드, 국내 중소 브랜드를 한데 모아 놓았다. 소비자가 한 장소에서 여러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시코르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설렘을 고객에게 줘야 한다”는 정 사장의 마케팅 전략은 화장품 마니아인 ‘코덕(코스메틱+덕후)’의 마음을 잡기 시작했다. 코덕 사이에서 ‘뷰티 성지’로 불리는 시코르는 목표 실적을 20% 초과 달성하고 있다. 신세계는 정 사장이 주도한 화장품사업에서 올해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작년(627억원)의 세 배가 넘는 목표치다.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라”

정 사장의 화장품 야심은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할 때부터 시작됐다. 비디비치의 대표제품 하이드라 마스크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잘 때 바르는 수면 마스크는 올 들어 20만 개 팔리며 대박을 쳤다. 지난달 국내 면세점에서 비디비치는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인이 하이드라 마스크, 스킨일루미네이션(메이크업베이스) 등을 싹쓸이해갔다. 비디비치 작년 매출(226억원)의 절반가량을 한 달 만에 올렸다.


제품력과 함께 중국 왕훙(인터넷 유명스타) 마케팅도 비디비치의 성공 요인이다. 지난해 5월 신세계백화점 비디비치 매장에 왕훙 10명을 초청해 광고모델인 배우 송지효 씨 사인회, 미니뷰티 토크쇼 등을 열었다. 올해 2월엔 중국 상하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왕훙 15명을 불러 비디비치 신제품으로 메이크업쇼를 열었다. 당시 인터넷과 모바일로 이 쇼를 본 사람이 2000만 명에 달했다. “K뷰티로 중국에서 한류를 이끌겠다”는 게 정 사장의 포부다.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은 “화장품사업이 중국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기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0년 매출 목표로 잡은 2000억원을 올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를 인수한 이후 화장품사업의 영역을 급속히 늘리기 시작했다. 2014년엔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국내 판권과 화장품 편집숍 라페르바(옛 뷰티컬렉션)를 인수했다. 이듬해엔 이탈리아 유명 뷰티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판권을, 지난해엔 프랑스 향수 딥티크의 판권을 사들였다.

모두 젊은 층에 인기 있는 브랜드다. 20~30대를 공략할 트렌디한 제품이 필요하다는 정 사장의 판단이 깔려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올 1분기 화장품 실적에 대한 기대로 최근 급등했다. 17일 종가는 13만4500원으로 올초(7만4100원)보다 81.5% 뛰었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시너지’

정 사장은 화장품 유통뿐 아니라 제조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이탈리아 화장품제조업체 인터코스와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라는 합작법인을 세웠다.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조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인터코스는 랑콤, 디올, 샤넬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1위 색조화장품 제조업체다. 올해 2월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에뛰드하우스, 미샤, 클리오, 더페이스샵 등 여러 브랜드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이 공장에선 1년에 7800만 개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 사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동생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겨하는 정 부회장과 달리 정 사장은 은둔형 경영자다.

1994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상무를 지냈고, 2009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백화점의 명품패션사업을 주도적으로 확장했다. 현재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 사장이 백화점을 총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 지분 9.8%,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0.4%를 보유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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