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노조 활동도 계속 보장"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와 협의해 8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키로 결정하면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38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의 이번 결정이 재계 전반에 정규직화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기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합의했다.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이날 서울 가든호텔에서 만나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협력업체 직원은 8000여명. 근무 중인 1200여명과 더해지면 9200여명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되는 셈이다. 모회사 격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다. 기존에는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 등은 자회사를 세워 수천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처우나 급여, 인식 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반쪽짜리 전환이란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이번 합의가 돋보이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직접 고용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고 귀를 기울여왔다"며 "오랜 협의 과정을 거쳐 서로 합의를 한 시점이 지금이다. 노사는 갈등 관계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최근 검찰의 '삼성노조 와해 문건수사'가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그간 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지만,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남겨둔 상황에서 검찰의 대대적인 삼성 수사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이 이번 결정을 주도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이 직접 고용을 발표하면서 향후 다른 계열사들의 노조 설립 및 활동 확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삼성의 언급도 이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삼성 전체로 보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 삼성지회(삼성물산 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 노조 등이 활동중이다.
재계에서는 일단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재계 맏형격인 삼성의 움직임이 정규직 전환 바람을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 LG, 코웨이 등 비슷한 방식으로 협력사와 위탁업무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삼성의 비정규직 전환 방식이나 규모는 다른 기업들에게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주창하고 있는 만큼 이런 사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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