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삭제 여부 확인 중
경공모 등 계좌 30개 자금 분석
매일 20~30명 느릅나무 출입
추가 공범 있는지도 수사
[ 이현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김모씨(48·필명 드루킹)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 전달한 박모씨(30·필명 서유기)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해 일당 5명의 통신 기록을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아 압수한 휴대폰들과 비교 검증함으로써 혹시 삭제된 메시지가 없는지 확인 중이다. 또 이들의 동의하에 15개 금융회사로부터 총 30여 개 계좌의 거래내역을 제출받아 자금 흐름을 분석하는 등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들 계좌에는 댓글 공작의 본거지였던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업자 명의의 계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8일 김씨의 핵심 공범인 박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번 댓글 조작 사건에 사용된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해 김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 일당은 컴퓨터 클릭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매크로를 활용해 지난 1월17일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 2개에 600여 개씩 ‘공감’ 수를 늘려 리스트 상위에 노출되도록 했다.
경찰은 이들이 평소 친분이 있던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인사 청탁이 거부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당시 증거 인멸을 시도하던 김씨 등 3명을 긴급 체포했으며 박씨 등 2명은 이에 가담하지 않아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했다. 그러나 박씨가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만큼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경찰 측 판단이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매크로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 박씨는 이들이 느릅나무와 같은 건물에 차린 비누·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인 ‘플로랄맘’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씨는 경찰에 “(김씨가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주최한 강연과 비누·주방용품 판매 등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공모의 연간 운영비만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주장하는 수입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 5명의 명의로 15개 금융회사에 개설된 30여 개 계좌의 거래내역을 면밀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계좌 중에는 느릅나무 개인사업자 명목의 김씨 계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은 느릅나무에 매일 20∼30명이 드나들었던 것으로 보고 추가 공범을 쫓고 있다. 느릅나무가 파주출판단지에 불법 입주하게 된 경위도 파악 중이다. 산업단지공단은 김씨가 2015년 5월부터 파주출판단지 내 건물을 사용해왔지만 관련법상 의무사항인 입주 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지난 17일 파주경찰서에 고발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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