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가짜뉴스 방지법 발의해 놓고 '댓글조작 유탄' 맞은 민주당

입력 2018-04-18 20:46   수정 2018-04-19 05:59

추미애 "댓글조작 엄중 대응"
비판했는데 드루킹 사태 터져
野 "적반하장" 비판에 당혹



[ 배정철 기자 ] 가짜뉴스와 댓글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다수 발의해놓은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사태’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지난 2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일명 ‘매크로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누구든지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명령을 수행하는 단순·반복적 작업을 자동화해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부당하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어길 시에는 2년 이하 벌금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토록 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도 포털에 가짜뉴스 유통 책임을 묻는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이 법안은 포털이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는 등의 규정을 어기면 매출의 10% 이상을 과징금으로 내도록 규정했다.

민주당의 잇단 법안 발의는 추미애 대표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선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후 “네이버 댓글은 인신공격과 혐오에 난장판”이라고 비판하면서 댓글 조작에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추 대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제1야당 홍 대표는 악성 댓글에서나 사용되는 ‘문슬람(문재인+무슬림)’이라는 단어를 흉내 내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당 차원에서도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적극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1월 매크로를 이용해 정부를 비판한 장본인이 당시 민주당원이던 드루킹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이 밑도 끝도 없는 정치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조작 의혹을 수사 의뢰한 게 바로 우리”라며 억울해하는 모습이다.

야당은 여당의 이 같은 법안 발의를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하며 법안 처리에 전향적으로 임하겠다는 자세다. 다만 4월 임시국회의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련 법안의 상임위원회 처리는 여의치 않다. 민주평화당 관계자는 “방송법 등의 논란으로 국회 의사일정 협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라도) 당론으로 발의해 추진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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