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정책 '컨트롤타워' 법무부→국토부로 넘긴다

입력 2018-04-18 20:54   수정 2018-04-19 11:19

뒤늦게 제자리 찾는 '임대 3법'…법무부는 보좌 역할만

헌법만큼 고치기 힘든
'부동산 임대 3법' 개정 발의권
국토부에 부여…시장 변화 대응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등
문재인 정부 주거복지공약 속도낼 듯

재계 "법무부의 전문영역 아닌 지배구조·자본시장법도 이관해야"



[ 김우섭/하수정/서기열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주택 임대와 상가 임차인 보호 등 부동산 임대 정책을 국토교통부에 맡기기로 했다. 법무부가 인력·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던 임대 정책을 국토부에 넘겨 시시각각 변하는 부동산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월권’ 지적에 손 놓았던 임대정책

18일 국토부와 법무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정책 부문을 국토부에 넘기기로 최근 합의했다. 법률 해석을 통한 유권 해석, 권리관계 등은 법무부가 맡지만 임대차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업무는 국토부가 책임진다. 정부는 상반기 안에 정부 입법으로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오피스텔 등이 대상인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관 문제는 내년 이후에 논의키로 했다. 오피스텔은 주거면적에 따라 천차만별인 관리비 부당 청구 등과 관련한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임에도 ‘부동산 임대 3법’에 대한 개정안 발의 권한이 없었다. 2년 단위로 계약하는 전세제도 등을 고치려 해도 ‘월권’이란 비판이 나와 손을 놓고 있었다. 관련 통계도 체계적으로 쌓아두지 못했다. 반면 법무부는 재산권 보장과 법적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부처 특성상 정책 입안에 소극적이었다. 156개의 법무부 담당 법안에서도 후순위로 밀렸다.

헌법보다 고치기 힘든 주택법안

특히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1년 이후 37년간 개정 횟수가 아홉 차례에 그쳐 국토부 내에선 “헌법만큼 고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은 “과거엔 세입자의 계약기간 보장, 집주인 변경 시 계약 승계 등 법률 운영이 중요해 법무부가 맡았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며 “주거 복지 차원의 접근을 위해 국토부가 담당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전문성에 기반해 주무부처가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공약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도 법무부의 전문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가 상가나 시장에 대한 전문성 없이 단순히 법률적 계약과 권리관계만으로 상권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내놔도 월권이라며 번번이 국회 법사위에서 막혔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도 이관해야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전문 영역이 아닌 법안은 과감히 주무 부처로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법무부로 이관된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항이 대표적이다.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과거 증권거래법에 있던 상장회사 특례조항이 상법으로 쪼개져 법무부에 넘어갔다. 이 특례조항엔 사외이사 선임, 주요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상근감사, 감사위원회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법무부에서 상장사 특례조항을 맡기엔 업무 부담이 큰 데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경영 현장에선 상장사 특례법 집행을 관리감독하는 부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 이후 예고됐던 ‘주주총회 대란’에도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전월세상한제

집주인이 세입자와 재계약 때 전·월세 인상률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

● 계약갱신청구권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고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할 경우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

김우섭/하수정/서기열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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